편애는 사랑이 아닙니다
우연히 옆자리 아줌마들이 아이 담임 선생님을 두고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습니
?다. 한 아줌마가 전교조 선생님은 아이들을 편애하지 않는다고 하자, 나머지 사
?람이 그 말에 동의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말은 전교조 교사를 칭찬하는 것이 아
?니라, 비판하는 것이었습니다. 전교조 교사들은 융통성이 없다는 거지요. 자기
?자녀를 좀더 적당히 챙겨주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특히 아이들이 잘못을 저질
?렀을 때, 대충 넘어가지 않는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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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아줌마들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 보였고, 편애에 누구보다 민감하게 반응
?할 만큼 배운 사람들 같았습니다. 즉, 시어머니가 자기가 아닌 다른 며느리를
?더 귀여워하면 그냥 넘어갈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도 대놓고 현직 교사
?에게 융통성이라는 이름으로 자기와 자녀에게 특별한 대우를 요구하는 것입니
?다. 과거에 교사에게 몰래 주던 돈봉투는 결국 그런 사고방식을 돈으로 드러낸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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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고 보면 독재자를 아무도 줗아할 것 같지 않은데도 그 독재자를 두둔하는
?사람이 꼭 있더군요. 독재자에게 사랑을 받은 사람이지요. 그 사람은 다른 사람
?들이 독재자에게 고통을 겪을 때 그 독재자와 잘 지냈습니다. 그러니 많은 사람
?들이 독재자에게 욕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자기를 잘 대해주었는데 다른
?사람에게 혹독했을 리가 없다는 거지요. 즉, 편애를 하거나 받는 사람은 사태를
?이성적으로 보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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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령 어느 회사 사장이 ‘가나다라마바사’ 서열을 깨고 ‘라’ 사원을 승진시
?키면 앞에 있던 ‘가나다’와 뒤에 있는 ‘마바사’ 사원을 잃기 쉽습니다. 이해
?하지 못할 인사에 실망하면서, 나머지 사원들은 조직보다 사장에 매달려야 할지
?를 고민할 겁니다. 결국 승진한 ‘라’ 사원이 열심히 뛰어도, 그 사람들이 조금
?씩 놓는 곳을 다 채우지 못합니다. 한 사람을 얻고 열 사람을 잃는 바람에 그 조
?직은 더 안 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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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처럼 편애는 사람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모든 사람에게 상처를 줍니다. 마약처
?럼 일시적으로 효과가 큰 것 같아도 마약보다 더 상처가 넓고 큽니다. 편애와 관
?련된 사람들이 모두 후유증을 겪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 중에서 ‘라’는 사장
?이 겪어야할 후유증까지 짊어져야 하므로 ‘라’의 상처가 가장 클지 모릅니다.
?말하자면 담임 선생님에게 편애를 요구한 아줌마는 마약을 보약으로 착각하여 자
?기 자녀들에게 마약을 먹이려 했던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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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라서 편애도 사랑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랑이 아닙니다. 편애는 정상적인 관
?계를 마비시키고 진정한 사랑을 방해합니다. 동서고금을 떠나 사람들이 편애를
?경계하는 것은 사회가 상상하는 것보다 그 상처가 더 크기 때문입니다. 따지고
?보면 내가 누구를 지독히 끼고 있거나, 누가 나를 지독히 밀어준다고 좋아할 일
?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