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나게 일하지 말라
땀나게 일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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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높고 험한 산에 오르려는 산악인을 보면 존경스럽습니다. 그 산꼭대기에 오른다
?고 이 세상에서 구체적으로 얻을 이익이 없는 것 같은데도 포기하지 않고 거친
?대자연에 도전합니다. 그래서 성공하기도 하지만, 한쪽에서는 산 정상을 눈앞에
?두고 하산하기도 하고, 정상에 오르지 못하고 사고를 당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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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지 몇 백 미터는 아무라도 달리면 몇 분에 도달할 수 있는 거리입니다. 그러
?나 높은 산에서 몇 백 미터를 가려면 혹독한 비바람과 맞서 싸워야 합니다. 그러
?므로 눈앞에 목표가 보여도 현실적으로 그곳은 왕복 몇 시간을 다함께 노력해야
?갈 수 있는 곳입니다. 하산할 시간이 없는데도 욕심을 부려 정상에 오르려 하다
?가 모두 죽을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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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텔레비전에서 그런 과정을 보노라면 한 걸음 떼기가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
?다. 떼는 걸음마다 숨은 턱까지 차오르는데, 욕심이 앞서도 산소가 희박한 곳이
?니 빨리 걸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모두 같이 올라야 하니 혼자 빨리 걸어도 안
?됩니다. 그래서 산악인들은 텔레비전 느린 동작을 재현하는 것처럼 흰 눈에 발
?도장을 찍으며 천천히 산에 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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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 시절, 아버지를 돕는다고 밭에서 삽질을 하였습니다. 그때 아버지 옆에 어
?느 노인이 일을 거들고 있었는데, 일하는 것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래
?서 그 노인 보라는 듯이 힘껏 빨리빨리 삽질을 하였습니다. 그러자 이내 온 몸에
?서 땀이 비 오듯 샘솟았습니다. 이를 보고 아버지는 ‘천천히 해라. 땀나게 일하
?지 말라.’고 말씀하시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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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에 그게 무슨 소린이지 몰랐는데, 곧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30분도 못되
?어 젊은 나는 녹초가 되어 삽을 내던졌습니다. 하루 종일 해야 할 일을 금방 해
?치울 것처럼 달려들면 얼마 못 가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그 노인은 내 옆에서 여
?전히 삽질을 계속하고 있었지요. 급하게 서두르면 안 되는 일을 내가 죽을 듯이
?달려드니까 아버지는 그걸 충고한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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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구 선수 박지성이 공과 상관없이 전후반 내내 이리 뛰고 저리 뛰지는 않을 겁
?니다. 자기에게 공이 왔을 때 힘껏 뛰고 부지런하니까 사람들이 칭찬하는 것입니
?다. 즉, 박지성 선수는 뛰는 척하는 사람이 아니라, 뛸 때 제대로 뛰는 사람입니
?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박지성 선수는 뛸 때와 걸을 때를 분명히 아는 선수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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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처럼 인생도 쉴 때와 일할 때, 서두를 때와 느긋할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무작정 많이 일하고 빨리 서두른다고 잘되는 것도 아닙니다. 더구나 산악인처럼
?운명적으로 천천히 걸어야 하는 때가 더 많습니다. 그러니 슬기롭게 살려면 묵묵
?히 진행해야 할 일에 자기가 땀나게 일하는 것이 아닌지 틈틈이 옆 사람에게 물
?어야 합니다. 특히 요즘처럼 어려운 시절에는 인생을 길게 보고 서두르지 않는
?것이 더 아름다울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