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 팔자

제 목
능소화 팔자
작성일
2008-07-11
작성자

요즘 여기저기 능소화가 활짝 피었습니다. 능소화는 나팔꽃처럼 생겼지만 주황
?색으로 흐드러지게 피는 탓에 아주 아름답습니다. 게다가 다른 꽃이 사라진 여
?름 내내 피는 꽃이라서 아름다움을 더욱더 홀로 뽑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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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능소화는 줄기마다 달라붙는 뿌리가 있어, 다른 나무와 전봇대 또는 신호
?등에 붙어 자랍니다. 그런 성질을 이용하여 부천은 신호등과 가로등 쇠기둥에 능
?소화를 붙여 놓았습니다. 잘 자라면 원 쇠붙이는 보이지 않으므로, 멀리서 보면
?가로수가 혼자 서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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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경하는 사람들은 능소화를 대개 죽은 고목에 붙입니다. 고목이 완전히 썩어
?서 서있을 힘이 빠질 때쯤이면 능소화 줄기가 제법 굵어져 혼자 나무 구실을 할
?수 있지요. 만약 능소화를 산 나무에 기대게 하려면 큰 나무여야 합니다. 작은
?나무에 붙여놓으면 능소화가 더 빨리 자라면서 작은 나무를 덮을 수 있지요. 작
?은 나무가 죽으면 능소화 자신도 홀로 서기 전에 줄기가 부러져 땅바닥을 기어
?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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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아는 사람 중에는 자신이 능소화 팔자로 태어났다고 믿는 사람이 있습니
?다. 다른 사람에 기대어 살아야 하는 팔자일 수 있지요. 옛날에는 과거 시험에
?급제한 사람에게 능소화를 어사화로도 주었다니, 명성을 드날리며 출세할 팔자일
?지 모릅니다. 물론 기댈 사람이 배우자이거나, 부모와 친구, 동료일 수 있습니
?다. 그러므로 능소화 팔자라는 것은 누군가 제대로 뒤를 봐주면 큰일을 할 수 있
?는 사람이라는 뜻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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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므로 능소화 팔자를 좋게 해석하면 어릴 때는 전봇대를 아름답게 만들어 주
?다가, 나중에는 제대로 홀로 서는 사람이 된다는 뜻입니다. 또는 죽은 고목에 새
?로운 생명을 부여하는 사람이면서도 고목이 쓰러질 때까지 그 높이 이상으로 크
?지 않습니다. 기대어 살기 때문에 더 높이 올라갈 수 없는 것이지만, 더 크지 않
?겠다고 겸손하게 고개를 숙이는 사람이 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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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정부가 온 나라 사람의 지지를 잃었습니다. 이명박 후보가 다수표를 얻
?어 대통령에 당선되었는데 지금 많은 사람들이 지지를 철회합니다. 능소화가 대
?통령이라면 그 대통령이 기댈 곳이 다수 서민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 능소화
?가 서민에 기대지 않고, 미국과 기득권층에 기댄 것 같다고 지지자들이 판단한
?것 같습니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능소화는 초심으로 돌아가 서민을 빛나게 하
?고, 서민을 제대로 섬겨야 한다는 것을 되새겨야 합니다. 서민을 찍어 누르면 능
?소화 자신도 땅바닥을 기어야 할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