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 그냥 먹어라
80%가 넘는 국민이 소고기 협상을 다시 하라고 정부에 요구합니다. 그래서 우
?리 정부는 지금쯤이면 ‘미국 여러분, 미안하다. 사정이 이러니 다시 이야기해보
?자.’라고 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미국과 약속한 대로 소고기를
?들여오겠다고 여전히 고집을 부립니다. ‘국민 여러분, 미안하다. 그냥 먹어
?라.’라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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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7년에 국가 부도로 ‘아이엠에프 사태’가 벌어집니다. 그리고 국가는 갑자
?기 ‘국민 여러분, 나라가 이 지경입니다.’라며 국민에 대한 책임을 포기합니
?다. 그래서 그때 많은 사람들이 광야로 내몰려 죽거나 다칩니다. 그리고 겨우 살
?아남은 사람이 숨 돌릴 사이도 없이, 새 정부는 각자 알아서 사먹으랍니다. 또다
?시 국가가 의무를 포기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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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을 사귈 때 처음에는 조심스럽습니다. 서로 눈치도 보고, 상대방을 많이 의
?식합니다. 그렇게 가까워지며 점점 흉허물이 없어집니다. 그리고 서로 탐색할 때
?는 ‘가위바위보’를 하며 아카시 나뭇잎을 하나씩 떼어내도 즐겁고, 계단을 한
?칸씩 올라가도 아주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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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아무리 가까워졌어도 상대방을 아무렇게나 대해도 괜찮은 것은 아닙니
?다. 예를 들어 남녀가 30년쯤 따로 살다가 결혼합니다. 그리고 같이 있게 되면
?못 보던 모습을 보게 됩니다. 잠버릇이 고약하더라, 정리정돈을 못하더라는 식입
?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연애할 때 조심스럽게 말하더니, 결혼했다고 돌변하
?여 함부로 말합니다. 이제 돌이키지 못하며. 어쩔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겠
?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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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말해 경제를 살리라는 욕심 때문에 우리 국민은 이명박 정부를 선택하였
?지요. 돈 때문에 마음에 없으면서도 결혼한 셈입니다. 그러나 동기가 순수하지
?못했다고 정부가 국민을 함부로 대하면 안 됩니다. 어쩔 수 없이 결혼했다고 이
?쪽에서 아무거나 모든 것을 감내하겠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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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구나 이런 관계에서 한 쪽만 불행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갈등이 커지고 싸움
?이 늘면서 서로 지옥 같은 나날이 기다립니다. 날마다 하루가 천 년 같은 고통
?을 겪어야 합니다. 그리고 좋은 데 써야할 역량을 서로 미워하는데 쓰기 쉽습니
?다. 말하자면 결혼하였어도 남녀가 서로 지켜야할 부분, 넘지 말아야 할 부분을
?항상 잊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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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위가 매서울수록 겨울이 깊어가고, 봄이 가까워 왔다는 뜻입니다. 일제 말기
?가 가장 혹독했지만, 그만큼 압제를 벗어나는 날이 가까웠다는 것과 비슷합니
?다. 우리에게 조만간 이 고생을 보상받고도 남을 아주 좋은 날이 오겠지요. 그러
?므로 상황이 절망적일수록 희망의 촛불을 밝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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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그 날이 오기 전에 이 추위를 얼마나 겪어야 하고, 언제까지 견디어야
?하는지를 생각하면 아주 암담합니다. 음식점, 부식 가게, 식자재 상인, 농어민
?이 한 고리로 엮여 쓰러지고, 축산농가와 정육점, 식품업자, 사료 공장이 한 고
?리로 엮여서 망합니다. 욕망의 결과라고 하기에는 지금 우리 사회가 너무 큰 대
?가를 치르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