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로 희망 심자
올 연말에 17대 대통령을 뽑습니다. 11월 말에 후보자 등록을 마치면 최종 출마
?자가 드러나겠지요. 그런데 지금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나선 예비후보자
?가 100명이 넘는답니다. 그 사람들은 자기가 대통령에 정말 당선이 된다고 생각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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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범여권 후보자 지지율을 몽땅 더해도 야당인 한나라당 후보 지지도의 절반
?도 못 미칩니다. 지금 여권 후보자들은 그래도 알려진 사람이고, 그 사람들 나
?름대로 지지 기반이 있는데도 그 정도밖에 안 됩니다. 그래서 일부 지지자조차
?대통령 선거를 치를 수 없다고 낙심하는데, 100여 명 출마자들은 지명도, 조
?직, 돈도 없이 대통령 후보로 나서겠다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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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로또가 1등에 당첨되는 것은 한 사람이 여러 번 벼락 맞을 확률과 같다고
?하였습니다. 그래도 그 로또 추첨이 지금 250회를 넘었고 1000명 이상이 벼락
?을 맞았습니다. 드물기는 해도 아주 없는 일은 아닙니다. 즉, 무명 출마자가 대
?통령에 당선되는 것보다 로또 당첨 확률이 훨씬 더 높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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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그 사람들이 출마하는 것은 그만큼 하고 싶은 말이 있고 기억되기를
?바라기 때문일 겁니다. 모든 사람들이 바라는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었을 겁니
?다. 예를 들어 어느 출마자가 비정규직을 없애겠다고 한다면, 이제는 다같이 그
?것을 생각해 보자는 겁니다. 그런 말에 공감하여 100만 유권자가 그 사람을 찍
?었다면 나중에 누가 대통령이 되든지 그 부분을 눈여겨 볼 수밖에 없겠지요. 그
?만한 세력이 우리 사회에 존재한다는 뜻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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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잘 나가는 한나라당 후보도 같은 당에서 경쟁하던 후보가 만만치 않은 저
?력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어려워합니다. 반대쪽 세력이 미미하였다면 별 볼일 없
?으므로 아예 무시해버렸을 겁니다. 반대쪽에서 추진했던 정책을 자기 공약에 새
?로이 추가하는 것도 그쪽에서 보여준 저력을 자기 세력으로 보태고 싶기 때문입
?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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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보면 대선은 새 대통령을 뽑는 절차이기도 하지만, 투표에 참가하여 일
?정한 세력이 어떤 식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말하자
?면 새 시대 새 판을 어떻게 짤지 많은 사람들의 지혜를 모으는 행사입니다.
?‘고스톱’ 판에서 서로 따먹은 것이 많으면, 주도권을 쥔 사람이라도 함부로
?‘고’를 부르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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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우리 사회는 선거를 통해 새 사람을 뽑고, 새로운 정책과 제도, 질서
?를 완성해 갑니다. 투표로 희망의 씨를 뿌려 그 문제를 공감하는 사람을 확보하
?고 결실을 맺어갑니다. 선거는 관심을 드러내 세상을 바꾸려는 과정이기 때문입
?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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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자기가 찍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고 안 되고를 떠나서, 선거 과정에 참여
?하고 투표에 반드시 참가해야 합니다. 적어도 새로운 시대를 어떤 식으로 열고
?자 한다면 누가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는 집착도 버려야 합니다. 굳이 자기가 선
?택한 사람이 아니어도 자기가 꿈꾸던 것을 이루려면 100여 명 후보자 중에서 유
?권자는 누구든 지지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