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기차를 타고 대륙으로
고속도로에서 자동차로 넓은 길을 달리다가, 차로가 좁아지면서 서로 비집고
?들어가려고 차가 엉키면 사람들은 대부분 짜증을 냅니다. 그러다가 다시 길이
?넓어지고 밀리던 앞차가 쭉쭉 빠져나가고, 우리 차도 달릴 수 있으면 그때까지
?쌓였던 짜증이 확 날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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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 길이 없어서 빙 돌아가던 곳에 새 길을 내면 그처럼 기쁜 일이 없지
?요. 그래서 옛날부터 “길을 내준 공덕만큼 큰 공덕은 없다.”고 합니다. 길이
?란 이곳저곳을 이어주고 사람을 서로 만나게 하므로, ‘소통’을 상징하는 말이
?지요. 결국 이 말은 사람과 사람을 맺어주는 공덕을 칭찬하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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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17일, 막혔던 혈관이 뚫리듯 56년 만에 ‘통일 기차’가 분단된 남북
?을 이었습니다. 원래 한반도는 대륙과 이어진 땅이었습니다. 그런데도 남쪽 사
?람들에게 동서남쪽은 바다였고, 북쪽은 갈 수 없는 곳이라서, 지난 60여 년간
?섬사람처럼 살아야 했습니다. 그 세월이 너무 길어서 단절이 굳어지고, 분단을
?숙명인 줄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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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던 참에 ‘통일 기차’가 군사분계선을 넘어 양쪽을 이어준 것입니다. 그
?러니 앞으로 남북이 진지하게 소통하면, 남쪽 사람들은 외국은 바다를 건너야
?만 있는 것이 아니라, 대륙 너머에도 있다고 생각할 겁니다. 즉, 중국과 러시아
?를 거쳐 인도와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로 갈 수 있습니다. 이번 행사에서 남쪽
?사람들이 북쪽보다 더 흥분한 것은 고립된 섬에서 비로소 벗어나는 것 같기 때
?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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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부에서 통일 기차를 두고 너무 돈이 많이 들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기차
?가 한국과 일본을 대륙에 연결시키면, 남북 양쪽이 경제적으로 이익이 얻을 수
?있지요. 남북 철도가 일본, 중국, 러시아 같은 세계 경제 대국을 서로 소통하
?게 하는 도구가 될 겁니다. 그 나라가 서로 주고받는 물건만 해도 엄청나게 많
?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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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남북 모두 생각을 바꾸는 계기가 됩니다. 서로 단절되어 총을 겨누고
?미워하던 때를 생각하면 비싼 것이 아닙니다. 만에 하나 세월이 더 흘러 분단
?이 굳어지고 오해가 쌓여, 남북간에 전쟁이라도 벌인다면 그 손실은 따질 수도
?없는 엄청난 비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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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70대 할머니가 한 평생 같이 살던 70대 남편을 목 졸라 죽였습니다.
?할머니는 남편과 소통되지 않는 것보다 남편이 자신과 소통하려 하지 않는 것
?에 분노하였는지 모릅니다. 사람들이 ‘길을 내준 공덕’을 칭찬하는 이유는 누
?구에게나 소통할 자유를 주어서, 끝내 소통되지 않아 벌일지 모르는 극단적이
?며 비극적인 상황을 예방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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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일 기차’의 결실이 당장 서민들 눈앞에 떨어지지 않는다 해도, 이 역사
?적 사건의 의미를 결코 가볍게 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지지하는 정당의 이
?해 관계를 떠나 ‘길을 내준 공덕’만이라도 칭찬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