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를 떨어야 산다
버스에 탄 여학생들이 이런저런 수다 속에서 시간 가는 줄을 모릅니다. 그리고
?라디오 진행자는 초대 손님과 낄낄대며 이야기를 나눕니다. 잡다한 일상사를 풀
?어내는 대화가 즐겁게 춤을 춥니다. 가끔 일부 승객은 얼굴을 찡그리기도 하고,
?대화 내용이 쓰잘 데 없는 소리뿐이더라고 얕잡아 보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은
?친구와 애인을 매일 만나면서 무슨 할 얘기가 그렇게 많으냐고 비아냥대기도 합
?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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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수다와 잡담은 어제 본 텔레비전 드라마를 말로 다시 재연하는 일에서,
?땅을 기어가는 풀벌레를 보고 신기해했던 것에 이르기까지 아주 무궁무진합니
?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런 수다를 통해 우정을 쌓아가고, 동질감을 만들고, 스트
?레스를 풀면서 평화를 느낍니다. 말하자면 수다는 인간과 인간을 이어주는 끈 노
?릇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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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히려 어떤 사람이 수다스럽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뜻이며, 아주 열심히 산다
?는 것을 의미하지요. 결국 요즈음 라디오, 텔레비전에 수많은 연예인이 등장하
?여 자잘한 일상사를 풀어내는 것은 아주 자연스런 현상입니다. 자잘한 이야기로
?쓸데없이 전파를 낭비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을 아주 즐겁게 만든다는 것
?을 증명한 셈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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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에는 몸이 몹시 아픈 친구를 또다른 친구와 함께 찾아갔습니다. 아픈 친
?구는 자기가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를 아주 자세히 이야기합니다. 그 동안 어떻
?게 지냈는지, 아이들을 어떻게 키웠는지도 설명하고, 이야기 끝에 그때 누가 누
?구를 좋아했는지도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그렇게 추억을 같이 기억해내며 깔깔대
?고 웃고, 우리도 거기에 또다른 추억을 덧보탭니다. 그렇게 그 몇 시간 동안 아
?픈 친구나 문병을 간 친구가 모두 환자와 병이라는 단어를 잊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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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전거를 탈 때 끊임없이 움직여야 쓰러지지 않듯, 잡담은 한 인간이 살아 있다
?는 것을 증명하는 과정이더군요. 그래서 라디오, 텔레비전이 수다를 떨어 삶을
?부추기고, 사람들은 집에 들어서면 습관적으로 라디오와 텔레비전을 켜서 거실
?같은 텅빈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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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탓인지 나이 들면서 큰 일보다 작은 일상사, 먼 사람보다 가까이 있는 사람
?이 더욱 소중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나이 많으신 분들이 왜 사소한 일에서 더
?큰 상처를 받는지도 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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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재잘거리고 부산하여 어른들이 정신이 없다 해
?도, 결국 그것은 어린이들이 땅 속에서 막 머리를 내밀고 쑥쑥 자라는 새싹이니
?까 그런 것이지요. 알고 보면 입은 그냥 뚫어놓은 것이 아니라, 먹고 마시면서
?떠들라고 하느님이 만들어준 것이지요. 물 속에서 앉으면 죽고 서면 살듯이, 요
?즘 같은 세상에서는 수다를 떨어야 살고 침묵하면 죽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