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능에 충실해
요즘 리마리오라는 개그맨이 느끼한 눈빛과 대사, 몸짓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
?습니다. 그리고 여러 유행어와 몸짓을 퍼뜨렸습니다. 그 많은 것을 한 마디로 요
?약한 말이 “본능에 충실해.”라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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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본능은 귀, 코, 입, 눈, 피부를 통해 느끼는 감각에, 어쩐지 끌리는 감
?각까지 보탠 것이지요. 그런데 그 본능의 반대쪽에서 그 모든 감각을 한꺼번에
?제압할 수 있는 것이 머리이며, 그 머리를 이성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머리
?따로, 몸 따로”라는 말이야말로 이성과 본능의 대립을 잘 드러내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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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분류에 따르면, 리마리오는 느끼한 말로 사람들에게 이성적으로 살지 말라
?고 충고하는 것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성적이고 도덕적이며 깨끗한 척하지
?만, 속으로는 그 반대쪽을 꿈꾸지요. 말하자면 리마리오는 그것을 지적한 겁니
?다. 요즘 사람들이 리마리오에게 열광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과 달리, 리마리오
?가 원칙에 매이지 않고 한껏 자유스럽게 산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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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날 제가 직장 생활을 할 때였습니다. 직장에 있는 예쁜 여자들에게 눈길이 갔
?습니다. 착하고 상냥하면 일을 도와주고 싶고 밥도 사주고 싶었지요. 몸과 마음
?은 그 여자에게 끌리는데, 머리가 말리더군요. “유부남이 예쁜 처녀와 같이 다
?니면 남들이 오해한다. 수많은 총각들이 욕한다.”고요. 그런 구설수가 무서워,
?그 직장을 떠날 때까지 그곳에 있던 여자들과 이런 저런 추억거리를 만든 적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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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퇴직을 1년 앞두고 간부 자리를 계속 맡아야 할까, 후배에게 그 자리를
?양보해야 할까를 고민한 적이 있습니다. 이때도 머리는 후배에게 자리를 양보하
?라고 권하였습니다. “어차피 그만둘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욕심이다. 커야할 후
?배의 미래를 봐서 자리를 내주라.”는 겁니다. 그래서 간부 자리를 양보하고 작
?은 일을 맡았습니다. 업무가 작아지니 판단하고 결정해야할 일감도 줄어들고, 다
?른 사람 일에 간섭할 권한도 줄었습니다. 퇴직할 때까지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외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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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직을 하니까 더 외롭습니다. 전에 밥 사먹고 술 먹고 영화보고 같이 놀러 다
?닌 적이 없으니, 그때 그 여자들을 만나도 되새길 추억거리가 없습니다. 간부 자
?리를 양보한 탓에 나를 고마워하는 후배 한 명은 얻었지만, 퇴직할 때까지 간부
?자리에 앉아서 더 챙겨줄 수 있었던 후배들은 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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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인지 텔레비전에서 리마리오가 본능이라는 말을 할 때마다 “재미있게,
?순리대로”라는 말로 들립니다. 몸 가는 대로 마음 가는대로 수많은 사람들과 부
?대끼며 살아야, 소설도 쓰고 역사도 만들고 희로애락을 만듭니다. 언제나 머리
?가 시키는 대로 원칙에 맞추어 살자는 것은 산 속에 들어박혀 도를 깨치려는 수
?도자나 할 짓이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