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민- 이라크 파병 반대 병역 거부 군인

제 목
강철민- 이라크 파병 반대 병역 거부 군인
작성일
2005-03-3
작성자

[기고] 오랜만에, 정말 오랜만에 강철민을 다시 만나다
파병반대 병역거부자 강철민씨 가석방

최정민

강철민 이등병을 기억하는가?

강철민 씨는 지난 2003년 11월 21일 추가파병만은 안 된다며 현역 군인의 신분으
로 농성을 벌이다 수감되어 1년 6개월 형을 선고받고 복역, 지난 2월 28일 3 1
절 가석방으로 1년 3개월 만에 출소한 병역거부자이다. 강 씨는 당시 기자회견장
에서 낭독한 ‘대통령께 드리는 편지’를 통해 “우리 군의 역할은 침략전쟁에 반대
하고 세계평화에 기여하며 자국의 국토와 자국의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다. 또 아
무런 명분도 도덕도 없는 제2의 베트남전에 우리의 군대가 파병되어 이라크 국민
을 죽이고 또한 죽어간다면 그것은 분명히 잘못된 결정”이라고 밝혔다.

출소한 파병반대 병역거부자 강철민씨
[출처] 평화인권연대 활동가 아침

부당한 전쟁을 거부할 권리

강 씨의 병역거부는 당시 우리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현역 군인의 신분이
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군대는 국가공인 KS 마크 남성
들에게 어서 국방부 시계가 돌아가기만을 기다리는 인생의 지워진 한 페이지쯤으
로 기억되는 곳이다. 감히 군의 위상과 지위에 관해 도전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기에 ‘강철민 이등병’의 행동이 다소 생소하고 한편으론 괘씸하기도 했
을 것이다.

정말 다양한 차원에서 논쟁이 진행되었는데 군대라는 이슈의 특성상 온라인에서
는 이성적 논의라기보다는 감정적 욕설이 난무하는 고질적 풍경들도 연출되었
다. 당시 많은 사람들은 미국의 이라크 침략전쟁은 부당하지만 국익을 위한 파병
은 어쩔 수 없다는 것, 징병제와 군대 자체의 존립을 뒤흔드는 행위이기 때문에
강 씨의 행동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비록 군사독재 시절은 극복했지만 아직까지
한국사회가 지독한 군사주의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아
닐까. 어쨌든 이 사건 이후 우리 사회에서는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은 정당한가,
군인에게 병역거부권 혹은 부당한 군사명령을 거부할 권리가 존재하는가를 두고
열띤 토론이 진행되었다. 그리고 그 논쟁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강 씨의 병
역거부는 “과연 군대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 사
건으로 기억될 것이다.

여전히 갇히는 양심들

강 씨의 병역거부 이후에도 한 달이면 50명 이상의 젊은이들이 병역거부로 감옥
에 갇혔으며 2005년 2월 15일 현재 오태양, 나동혁 씨를 포함한 885명이 전국 교
도소와 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다. 2004년 8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후 그 수는 계
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만약 입법부 차원에서 대체복무제도 개선 등의 대안을 마
련하지 않는다면 평화를 옹호한 죄로 감옥에 갇히는 젊은이들의 수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늘어날 전망이다. 불행 중 다행히도 2004년 9월에는 열린우리당 임종
인 의원 외 22명, 11월엔 민주노동당 10명의 의원이 병역거부자에게 대체복무제
도를 허용하는 병역법 개정안이 발의되어 3월 11일 국회 국방위 공청회를 앞두
고 있다. 좀 더 지켜볼 일이다.

출소 후 강 씨는 사회를 향해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한 발을 내딛었다. 1년 3개월
이라는 시간이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기에 스스로를 추스르고 적응하는 데만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수많은 시선들도 조금은 부담
이 된다고 한다. 하지만 1년 3개월 전에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한 장을 들고
부대를 나설 때의 그 마음은 변치 않았다고 말한다. 부자들과 권력자들이 벌인
지금의 전쟁놀이에 단 한 톨의 이해관계도 없는 수많은 사람이 죽고 다칠까봐 자
신이 파병되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군의 일원임을 부끄럽게 생각했던 강철민 씨,
그의 평화바이러스는 여전히 꽃씨처럼 퍼져나가고 있다.

최정민 님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
회의’ 공동집행위원장입니다.

인권하루소식 제 2761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