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고두심 – “사랑보따리 사회위해 풀어놓는 것”
고두심 “사랑보따리 사회위해 풀어놓는 것”
탤런트 고두심(54)이 최근 왕성한 ‘사회 참여’로 연기자들의 귀감이 되고 있
다.
불교신자인 그는 올해 초 정토회가 주관한 남아시아 ‘쓰나미’ 피해자돕기 명동
거리모금 행사에 참여한 데 이어 지난 23일 주부들의 생활문화 개선을 목표로
1999년 출범한 시민단체 ‘아줌마는 나라의 기둥(아나기)’의 공동대표를 맡았
다.
그는 “그간 돕기만하다가 MBC 공채 탤런트 5기 동기인 김용숙 대표가 간곡하게
부탁해 나서게 됐다”며 “주부들이 사회봉사, 외국인 홈스테이 유치 등에 적극
동참토록 자극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씨는 현재 대한적십자사 홍보대사도 맡고 있는 등 바쁜 연기생활의 틈을 쪼개
사회 기여 활동을 하며 민감한 사회적 이슈에도 의견을 적극 개진하고 있다.
지난 2일에는 천성산 터널 건설에 반대해 99일째 단식 중인 지율스님에게 ‘절
대 생명의 끈을 놓치 마십시오’란 내용의 격려 편지를 보내 지율스님의 얼굴에
잔잔한 미소가 돋게 했다. 당시 “터널 시공전 민·관합동 환경영향 재평가를 해
야 한다”는 의견을 당당히 밝히기도 했다.
올해로 연기생활 33년. 그간 드라마 ‘전원일기’ ‘한강수타령’(MBC) ‘꽃보
다 아름다워’(KBS), 영화 ‘인어공주’ 등의 작품을 통해 소박·억척·푸근함
을 자아낸 ‘한국의 어머니상’으로 자리를 굳히면서 꿰뚫어보았던 사회에 대한
시각을 솔직하게 표현한 것이다.
고씨의 시선은 서울에 머물지 않고 ‘향수’를 못이기는 듯 늘 고향 제주로 향한
다. 제주도 명예 홍보대사인 그는 지난달 28일 제주에서 열린 ‘세계평화의
섬’ 지정 기념 행사장에 모습을 나타냈다. 제주인들의 아픔이 서린 ‘4·3사건
위령제’ 등 사회성 짙은 지역행사에도 매년 참석하고 있다. 몇 년 전에는 이 사
건이 배경인 연극 ‘너영너영 풀멍 살게’를 서울과 제주에서 공연했다.
그는 “사건 당시 할아버지가 희생을 당한 아픈 가족사를 안고 있기 때문에 그
아픔을 함께 나누기 위해 행사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제주 의녀(義女)’ 김만덕 여사(1739~1812)의 조명사업에도 뛰어들었다. ‘김
만덕 할머니 기념사업회’ 공동대표를 맡아 지난해 12월 자신이 1억원을 기부하
고 최근 사단법인으로 탈바꿈시켰다. 김만덕은 조선 정조시절 제주에 극심한 흉
년이 들자 사재를 털어 양곡 500석을 구입, 주민들의 배고픔을 구제했던 인물.
또 ‘외딴 섬’ 제주의 문화를 풍성하게 가꾸기 위해 제주인들과 함께 서울에서
‘제주문화후원회’를 만들었다.
모교인 제주여중·여고에 97년부터 지금까지 2억원을 장학금으로 기탁한 것은 널
리 알려진 사실. 형편이 어렵지만 공부를 잘하고 예능에 소질이 있는 후배들에
게 전달되고 있다.
여고시절 무용을 했던 그는 “장학금을 못타본 게 후회가 돼서 시작했는데, 더
많이 돕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고씨가 왕성한 활동을 하다보니 더러 오해하는 시선도 있는 듯하다. 그는 이에
대해 “건강하게 낳아주고 지금의 모습으로 키워준 사회와 고향에 보답하려는 것
일 뿐 다른 뜻은 없다. 앞으로도 내가 잘하는 연기자의 길만 가겠다”며 향후 계
획을 밝혔다.
“작년엔 상복(KBS·MBC 연기대상 수상)도 많았고 너무 바빴어요. 다른 작품 섭
외가 들어오고 있지만 ‘한강수 타령’이 끝나면 당분간 쉬고 싶어요. 얼마전 촬
영을 마친 영화 ‘엄마’가 개봉될 4월8일이 기다려집니다.”
경향신문 2005년 2월 26일
〈김정섭기자 lak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