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제 목
정부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작성일
2004-06-18
작성자

나라가 어려운 것을 두고 말들이 많습니다. 정부에서는 우리 처지가 위기 상황
?이 아닌데 일부 계층에서 위기로 부풀린다고 항의하고, 반대쪽에서는 정부가 위
?기 상황을 너무 안이하게 대처한다고 비난합니다. 술 몇 잔 먹은 것을 두고 많
?이 취했다고 하는 사람, 취하려면 아직 멀었다고 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어떤
?사실을 판단하는 기준이 다르니 의견이 다를 수밖에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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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어떤 말을 붙이든 현실이 어려운 것은 사실입니다. 신용불량자가 400만
?이 넘어서면서 국내에서는 건전한 소비 집단이 위축되었습니다. 일자리는 계속
?줄어 신용불량자들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기회도 줄고 있습니다. 국내 소비
?가 꽁꽁 얼어 붙었습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억지로 경기를 부추기지 않겠다고 합
?니다. 그러니 단기간에 이런 어려움이 개선될 것 같지 않습니다. 그 속에서 수출
?은 호황이라니, 한쪽에서는 썩어나가도록 넘쳐 나고 한 쪽에서는 찢어지게 가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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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따지고 보면 해방 이후 지금까지, 더 먼 옛날부터 지금까지 우리 나라
?가 어렵지 않던 적이 없었습니다. 어떤 학자는 오죽하면 한반도 역사 5천년 동
?안 크고 작은 전쟁이 1천 번은 있었다고 하겠습니까? 말하자면 어려움은 우리에
?게 숙명인지도 모르지요. 그러니까 여야가 지금처럼 말장난하며 싸울 때가 아니
?라, 어떻게 이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을지에 힘을 모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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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지원이 지은 <허생전>에서 허생은 북벌을 추진하는 벼슬아치에게 충고합니
?다. 먼저 ‘왕에게 몸을 낮추어 인재를 모셔오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묻습니다.
?그 벼슬아치가 어렵다고 하자, 허생은 중국에서 조선으로 망명한 사람들을 후하
?게 대접할 수 있냐고 다시 묻습니다. 그것도 어렵다고 하자, 중국을 정벌하려면
?중국 풍습을 익히고 중국과 친분을 쌓아두어야 하는데 양반 자제를 중국에 보낼
?수 있냐고 묻습니다. 결국 박지원은 <허생전>에서 조선이 북벌 같은 큰 일을 추
?진하겠다고 하면서도 자기를 버리려 하지 않고, 조그만 일도 핑계를 대며 추진하
?지 않는 것을 비판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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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 어려움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국민이 어려움을 이겨나가려는 의지를 갖
?추어도 나라에서 그런 의지를 뒷받침하는 제도를 마련하지 않는 것이 문제이지
?요. 오히려 어려움이 없는 나라는 구태여 힘들여 할 일이 없으므로 과거에 매달
?려 살기 쉽지요. 그런 나라는 빠르게 바뀌는 세태에 대처하지 않다가 침체를 거
?쳐 궁극적으로 낙오하기 쉽습니다. 어려움이 있어야 한 번 해보자는 오기가 생깁
?니다. 그러므로 젊은 나라, 힘찬 나라라는 말은 어려움을 슬기롭게 이겨나가는
?나라라는 뜻이지요. 그런 식이라면 적당히 어려운 것이 개인이나 나라에게 자극
?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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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구나 양반 집 자제가 조선 양반으로 살아왔던 태도를 버리고 중국 복장과 중
?국 풍습을 따르기로 마음먹으면 무슨 일인들 못하겠습니까? 따라서 지금은 힘을
?모아 누구든지 맞붙어 한 번 해보자는 제도를 마련해야지, 말로만 싸울 일이 아
?닙니다. 상대방이 꼬투리를 잡는다고 생각지 말고, 상대방이 그렇게 생각할 만하
?다고 인정해야 실마리가 보입니다. 위기가 기회라고 합니다. 그러므로 무슨 일이
?든 구체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정부가 먼저 상대방에게 손을 내밀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