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의 십자군

제 목
부시의 십자군
작성일
2004-04-28
작성자

십자군 전쟁은 서유럽의 기독교인들이 11세기말부터 200년에 걸쳐 이슬람 교도
?를 상대로 벌인 싸움입니다. 이 십자군 전쟁이 인류에게 저지른 과오였다고 천주
?교에서는 지난 2000년에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전 세계인에게 용서를 빌었습니
?다. 종교를 빙자하여 유대인을 죽이고, 같은 기독교인들을 살해하고, 이교도를
?부정하게 하여 인류끼리 끝없이 싸울 불씨를 만들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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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도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미국 부시 대통령은 2003년에 이라크를 침공하
?며 이라크 전쟁을 공공연하게 십자군 전쟁에 비유하였습니다. 물론 교황청에서
?는 이라크 침공을 반대하며 또다시 역사적 과오를 저지르지 말라고 경고하였습니
?다. 전쟁을 치르려는 명분이 아무리 그럴 듯해도 전쟁은 결국 인류에게 저지르
?는 범죄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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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지금 부시 대통령은 전쟁을 시작한 지 1년이 넘었는데도 전쟁을 치릅니
?다. 전쟁이 끝났다고 선포하고 후세인을 체포했는데도 싸움은 계속됩니다. 심지
?어 지금 팔루자라는 도시에서 이라크 저항 세력이 미국인 4명을 죽이고 시체를
?훼손하였다고 그 도시를 봉쇄하고 전투기와 헬기로 도시를 폭격합니다. ‘단호한
?결단’이라는 이 보복 공격을 지휘하는 장교는 열흘 동안 민간인 1000명 이상을
?학살하고도 아주 당연히 대처하는 것처럼 떳떳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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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서양을 떠나 역사적으로 이런 만행은 흔했습니다. 예를 들어 옛 몽고는 한 도
?시를 폐허로 만들고 인간을 포함하여 산 짐승과 나무까지도 모조리 없애고 우물
?을 메웠지요. 2차 대전 때 나치 독일은 유대 인종을 멸종하려고 독가스실을 운영
?하여 수백만 명을 죽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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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도 인류의 그런 과거사를 잘 안다는 현대 문명 사회에서도 또다시 비극
?이 일어납니다. 2001년 911테러 직후 빈라덴을 체포한다며 아프가니스탄을 쑥대
?밭으로 만든 것도 미국이었지요. 결국 그것은 ‘남이 하면 불륜이지만, 내가 하
?면 낭만’이라는 미국식 논리와 미국식 오만이 불러들인 야만입니다. 이제 미국
?은 베트남전에 이어 또다시 돌이킬 수 없는 범죄의 구렁텅이에 깊숙이 빠졌습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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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범죄에 미국 동맹국으로 참전했던 여러 나라가 뒤늦게나마 발을 빼려 합니
?다. 스페인, 도미니카, 온두라스는 철군을 결정했고, 일본, 태국, 필리핀은 철군
?을 검토하겠다고 합니다. 그러니 이참에 우리도 인륜과 인류애, 심지어 그 잘난
?국익도 전혀 보장하지 않는 전쟁에서 발을 빼면 좋겠습니다. 한국이 미국 눈치
?보며 미국이 무서워 파병을 결정했다는 소리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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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미국이 벌인 전쟁에 참여한 것이 업보가 되어 우리가 오늘날 베트남인에
?게 미안해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도 이라크에서 철군하여 미국이 저지른 범죄에
?서 벗어나야 먼 훗날 이라크인들에게 미안해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동조하는 나
?라 없이 미국 혼자 전쟁을 치르며 미국 스스로 자신을 돌아볼 수 있어야 자기들
?이 실수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미래 세계는 더 이상 힘으로 지배하는 세상이
?아니라는 것을 미국이 알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