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에 걸린 정치
나이가 들면서 기억력이 떨어진다든지, 건망증이 심해진다고 불평하는 분들이
?많지요. 그래도 전문가들은 그것이 지극히 정상적인 것이라고 합니다. 그 나이
?가 되어 적당히 기억을 잊어버리지 않고 몽땅 기억한다면 우리 머리와 육체가 그
?것을 감당하지 못한다는 거지요. 가령 다른 사람과 약속한 것을 모두 기억한다
?면 그 약속을 모두 지키려 할 테고, 그러니 몸이 견뎌내지 못한다는 거지요. 그
?래서 하느님은 그 나이에 맞게 잊어도 좋은 것들을 머리 속에서 적당히 하나씩
?지워나간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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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므로 나이가 들수록 사회 생활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젊은 시절
?아주 총명했던 분도 판단 능력이 떨어져 지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알지 못합
?니다. 그런 것이 심해지면 어린아이보다 더 사회성이 떨어지고 단순해집니다. 양
?말 한 켤레 때문에 하루 종일 다른 노인과 싸우거나, 사탕에 집착하여 하루 종
?일 사탕을 끼고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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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분이 가족조차 알아보지 못하고 평생 쌓아온 모든 추억과 악몽 중에서 양말
?한 켤레, 사탕 하나에 집착하는 것은 그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겁니다. 그러나
?정상적으로 사회 생활을 하는 사람들 기준으로는 이상한 일이고, 그 정도가 심하
?면 치매라는 질병으로 다룹니다. 말하자면 치매가 아무리 신이 인간에게 준 선물
?이라 해도 대다수 보통 사람들 기준으로는 정상을 벗어난 행위라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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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대 총선이 끝났습니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과반수를 차지하였습니다. 국민
?은 지금 열린우리당에 행정부와 사법부를 맡기면서 희망을 걸었습니다. 이제 힘
?을 모아주었으니 정치인들이 국민들을 정말 열심히 챙겨 먹고사는 일로 힘겹지
?않도록 해달라는 겁니다. 그리고 야당에게 절반에 가까운 의석을 내주어 야당을
?배려하는 것도 잊지 않았지요. 행정부를 제대로 감시해야지, 행정부에 딴지를 걸
?지 말라는 뜻입니다. 특히 진보 정당인 민주노동당이 정치사에 등장한 것은 정치
?인들에게 국민들을 좀더 적극적으로 배려하라고 주문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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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현실에 머무르려 하는 것은 퇴보하는 것과 같습니다.
?한국 정치사에 한 획을 그었던 민주당이 이번 선거에서 몰락한 것도 변하는 세상
?을 읽지 못하였기 때문이지요. 정치인들은 이런 국민의 마음을 읽고 앞으로 4년
?동안 늘 기억해야 합니다. 지난 16대 국회처럼 정치인들이 초심을 잊고 치매에
?걸려 국민들 보기에 작은 것에 집착하면 국민들은 정상으로 되돌리려고 질병을
?치료합니다. 이제는 국민들이 얼렁뚱땅 넘어가지 않을 겁니다. 이번 총선 투표율
?이 16대보다 높아진 것도 앞으로는 국민들이 대충 넘어가지 않겠다는 것을 보여
?준 것이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