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둠 시쓰기 – 문장에서 시작하기(김진호)

제 목
모둠 시쓰기 – 문장에서 시작하기(김진호)
작성일
2000-07-10
작성자

김진호 선생님(부천실고)
?
? 글쓰기를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시 쓰는 수업을 했다. 모두들 적극적으로 시 쓰
?기 수업에 달려들 태세를 취하고 있었지만, “무엇을 어떻게 쓸 것인가?”라는 질
?문에는 멍한 자세로 돌변하여 어느 누구도 강하게 달려들지 못하고 있었다.
?
?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문장을 이용한 시 쓰기다. 아이들은 의아해했지만 두 명
?이 한 조를 이루어서 먼저 ‘지금 내게 가장 힘든 것’하면 생각나는 것을 단어나
?문장으로 다섯 가지씩 써보라고 했다.
?
? 어려운 것이 아니어서인지 모든 학생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지금 자신에게 가장
?힘든 것들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다섯 문장씩을 만들어 짝과 교환하고 열 개
?의 문장을 각자 가지고 그 열 문장을 이용해서 시를 만들어 보라고 했다. 무턱대
?고 ‘지금 내게 가장 힘든 것’이라는 주제로 시를 쓰라고 했으면 자신 있게 시를
?쓴 학생은 얼마 없으리라고 생각한다.
?
? 하지만 이 방법을 이용하니까 힘든 직장 생활에 피곤해 하며 수업 시간이면 졸
?기만 하던 아이들도 짝과 함께 시를 만들기에 분주한 시간이 되었다. 다른 시간
?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모든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가하였다. 물론
?이 시가 기말고사 점수에 포함된다는 이야기를 해서인지도 모르겠지만…
?
? 한 조도 시를 제출하지 않은 조는 없었고, 평소에 수업에 잘 참여하지 않던 아
?이들도 모두 시를 제출하며 즐거워했다. 물론 주제가 약간은 무거운 주제였기에
?시는 너무 힘들어 더 이상 버틸 수가 없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 것이 조금은 마음
?이 아프기는 하였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혼자가 아닌 함께 시를 쓸 수 있었다는
?생각에 기분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
?힘든 일
?1학년 2반 이호석·박경민 합작
?
?▶일 나가려고 아침에 일어날 때
?▷일 나가서 하루 종일 짐만 나를 때
?▶일 다녀와서 수업 받을 때
?▷힘들어서 양호실 가겠다고 하는데 좀 참아 보라고 할때
?▶참고 수업 받다가 졸다가 샘(선생님)한테 욕먹을 때
?
?눈을 뜨니 또 일 나갈 시간..
?일 나가기 싫고 잠만 자고 싶지만
?할 수 없이 눈 비비며 일어나서 씻고 회사에 갔다
?회사에 갔더니 안 그래도 졸리고 힘든데 짐만 나른다
?속으로 지랄하면서 일 마치고…
?이젠 역시 수업 받으러 가야한다…
?땡땡이 치고 싶지만 선생님의 보복이 두려워 참는다
?너무 힘들어 선생님께 양호실 가고 싶다고 하면 역시…
?”좀 참아 보그라 이?” 라고 하신다
?수업 받다가 졸면 욕 먹고…
?도대체 어쩌란 말인지…
?내일도…모레도…위와 똑같은 생활을 해야한다.
?뒤지겠다!!
?
? 두 번째 시간에는 주제를 ‘어머니’로 주었더니 짝이 자기와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서 어떻게 이 문장들을 하나로 만들 수 있냐며 따지는 아이들이 있
?을 정도로 아이들의 참여는 대단히 높았다. 어머니에 대한 생각이 전혀 다른 문
?장들을 하나의 시로 만들려 쩔쩔매는 아이들이 오늘은 정말이지 아름답고 이뻐
?보였다.
?
?엄마
?1학년 2반 이재연
?
?난 엄마가 없다.
?하지만 새 엄마가 있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새엄마에게 많이도 맞았다.
?그래서인지 여잘 믿지도
?잘 좋아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엄마 있는 애들이 부럽기도 하다.
?잘못하면 엄하게 혼내시고,
?해 줄 땐 한없이 잘해주시고,
?자기 자식 땜에 힘들게 고생하시지만
?언제나 마음씨 넓게
?맛있는 음식을 준비하고
?계시던 엄마
?엄마란 존재가 싫기도 하고 지금은 보고 싶다
?엄마!!!
?
?
?어머님 당신의 품에
?1학년 1반 양성연
?
?어머님이 뵙고 싶지만
?어머니 기억하실까요.
?
?버리고 떠나가셨지만
?안 아프셨으면 좋겠군요.
?
?전 당신의 모정을 잊지 못해
?한번만 어머니께 용돈을 드렸으면 합니다.
?
?언제일지 모를 그 언제 다시
?당신 품에 안기고 싶습니다.
?
?
?어머니
?1학년 1반 이준범
?
?우리 엄마가 싫다.
?좋은 엄마와 같이 사는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메어오고 눈물이 흐른다.
?엄마 얼굴, 손과 발이 생각이 안 난다.
?나의 아내는 틀림없이 좋은 엄마가 될 것이다.
?집안 일에 얽매이지 않고 항상 자식을 위해
?웃어주고 보살펴 주는 엄마가….
?
?그런데 지금의 난
?싫은 엄마 보단 딱 한번이라도
?아빠의 모습을 보고 싶다.
?딱한 번이라도
?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뵈러 가고 싶다.
?
?
?어머니
?1학년 2반 김권재
?
?세상에서 가장 강하신 어머니
?부드러우시면서도 강하신 우리 어머니
?험한 풍파 속을 헤쳐 가며 살아온 흔적
?세상 누구보다 나를 생각해주시는 어머니
?주름살 하나 하나의 삶의 역경이 느껴진다
?
?나를 위해 힘쓰시는 어머니
?얼굴한번 보고픈 우리 어머니
?
?마음이 365일 아프신 어머니
?병 주고 약주는 우리 어머니
?거친 손에서 따뜻한 숨결이 느껴진다.
?어머니 우리 어머니
?내가 사랑하는 우리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