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여행기 1 – 필리핀으로 떠나던 날
필리핀을 간 것은 아무 이유가 없었어요… 언제 우리 교사들이 제대로 국내 여
행이라도 할 여유가 있었나요? 해외 여행은 말할 것도 없고요….. 그래서 억지
로 해외 여행을 기획했어요…. 따로 따로 각자 일부러는 못 가니 단체로 가자고
요.. 필리핀은 그냥 싼 맛에 갔지요.. 그래도 해외 여행이잖아요..
몇몇 동료가 오래 전부터 구상한 것인데, 막상 떠날 때쯤에 사정이 있는 사람들
이 빠지고 최의억님 부부, 김대순님과 얼라들 셋, 김동인님 부부, 김남원님 부
부, 나와 초딩 밝은누리 이렇게 열두 명이 1월 26일 날 저녁 6시에 김포공항에
서 만났습니다…
그래도 여행을 많이 다녀 보셨는지, 배낭, 간편한 옷차림, 모자, 선글라스….
그런데 여행용 가방을 끌고 겨울옷을 입고 나선 것은 저밖에 없더군요… 어쨌
든 생각지도 않은 아주머니 아홉 분과 동행하게 되어 모두 21명이 필리핀 항공기
를 타고 필리핀을 향해 출발하였습니다.
우리 애 누리는 해외 여행이 처음이라 비행기도 처음 타 본 셈입니다. 그래서 촌
스럽기는 하지만, 기념 삼아 사진을 이리저리 찍었습니다..
찍는 김에 다른 분들도 찍었습니다..
그 북새통에도 김대순님은 예쁜 아줌마와 동석하는 행운(?)이 뒤따랐습니다… (얼핏
보기에도 김대순님의 코는 큽니다..) 그러나 사실 그 아줌마는 같이 앉아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고문이었을 겁니다.
밤 10시는 되어서 기내식이 나왔던 것 같군요… 그래도 즐거웠습니다… 저는
비행기를 타면 백포도주를 시킵니다…. 제 식사 품격이 고상하기 때문에 그렇습
니다.. *^^* 김대순님은 맥주를 시켜 먹고, 나중에 또 달래서 먹습니다… 그리
고도 모자라 저더러 면세품 양주를 사서 도착하는 대로 호텔에서 한 잔 하자고
꼬십니다…. 먹고 싶은 사람이 사겠지 싶어 버텼는데, 비행기가 필리핀에 다 오
도록 김대순님이 제 눈치를 보면서 참고 사지 않습니다. 결국 제가 스튜어디스
를 불러 살려고 했는데, 다행히 착륙할 때가 되어 팔지 못한다고 하였습니다.
필리핀과 한국은 시간차가 한 시간입니다…. 필리핀 시각으로 새벽 한 시쯤에
도착하였는데, 공항에서 만난 다른 한국 사람들이 필리핀 공항 관리인을 속이려
고 잠깐 우리 일행이 된 아주머니들에게 뭘 부탁하였는데, 그게 말썽이 되어 한
참 지체한 뒤 나중에야 공항에서 짐을 찾고 무사히 나올 수 있었습니다… 이 사
건을 통해 외국에서는 말이 통하지 않으니, 그럴수록 상식적으로 행동해야지, 잔
머리를 굴려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아래 사진은 짐을 기다리며 누리
와 필리핀 아키노 공항에서 찍은 것입니다..
어쨌든 칠흑같이 어두운 속에서도 훅 뿜어내는 열대 지방의 열기와 습기, 공항
에 자욱히 낀 밤안개, 어둔 하늘을 배경으로 서있는 열대 가로수, 독특한 억양으
로 손님을 부르는 필리핀 택시 기사를 느끼면서 “왔구나, 정말 외국에 왔구나”하
는 실감이 들었습니다…
아주 늦게 그랜드 부바드 호텔에 도착하여 방 열쇠를 쥐고 올라갔지요.. 좋은 호
텔은 아니지만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너무 피곤하여 씻고 바로 누었
는데, 그때가 세시쯤 된 것 같았습니다… 필리핀에서 첫 밤을 그렇게 맞았습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