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퇴를 축하해 주시지 않는 올리브님에게
아래 글은 2월 16일 오후 9시 3분에 올리브님이 방명록에 올린 글입니다.
한효석님 누구나에게 명퇴 추카를 받으시니까 …
전 좀 솔직해지고 싶네요. 쓸만한 교사는 교단을 떠나고… 모가지 댕강댕강 날
려도 시원치 않은 쓰레기 및 온갖 잡동사니 교사들은 교단을 지키고…
훗날에 가랭이 째지도록 비비다가 못해 없어진 손금을 자랑스러이 내밀며 정년까
지 국민의 혈세를 꼬바꼬박 월급으로 받아 챙겨 기름 낀 뱃가죽 늘어뜨리고 안일
하게 세상을 살다 마감하겠죠? 난 교단을 열심히 지켰노라. 외길 인생을 살았노
라 후회 없노라.하면서 온갖 주접을 늘어놓고 그것이 추잡함의 극치인 줄 모르
고… 왜 떠나시나요? 온갖 후줄근한 핑계를 대가면서… 아이들이 종교였다면
개종하셨다는건데 그 행위가 인생을 진실된 시각으로 참결정을 한 것일까요?
정말… 명퇴 결정 추카 드리고 싶지 않네요. 참 슬프네요.
싸구려 안주에 소주잔 기울이며 요즘 아이들은 후리기가 힘들다는둥… 학부모
는 왜 그리 극성이냐는 둥… 관리자는 왜 그리 이리저리 꽉 막혔냐는 둥… 온
갖 푸념으로 각자의 세계에서 내뱉어내는 말속에서도 또 공감을 형성하고, 또 맹
열하게 열변으로 투쟁하고, 투합하고를 반복하며 술잔속에 희뿌여져가는 자신의
몰골을 흐릿하게 바라보다 여지없이 다음 날 아침은 교단으로 돌아가 있는 그 모
습이… 아름답지 않았나요? 언젠가는 어떤 모습으로든 돌아 오십시오. 아이들에
게로… 부탁드립니다.
올리브는 나의 고등학교 때 내가 좋아하던 선생님께서 제게 지어 주신 별명인데
참 애착이 갑니다. 그 선생님이 제게 주신 잠깐의 관심은 저의 인생에서 계속해
서 문득문득 느껴지는 따사로움입니다.
————
(답)
올리브님 글에 답을 보냅니다..
저를 무척 아껴주시는 분인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패배를 자인하고 학교
을 떠나는 사람입니다. 20년을 넘게 해온 직업을 그만 두는데, 왜 저라고 할 말
이 없겠습니까? 그러나 패장은 말이 없다고 합니다. 그만 두는 마당에 교육계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긴 말을 하고 싶지 않을 뿐입니다.
지난 해 의약 분업 때, 의사들이 벌인 파업을 머릿속에 떠올려 봅니다.. 세상은
바뀌었는데 환자들은 의사들에게 아직도 성직을 요구합니다… 의사들은 전문직
종으로 정당하게 대우받고 싶은 것이라고 봅니다. 10여 년 전 교사들이 노동자
로 대접받고 싶었던 것처럼 말이지요…
그런 면으로 이제는 교사가 성직이 아니라, 전문 직업인이어야 한다고 봅니다.
교직은 그런 분들이 남아야 하고요… 지금 젊은 분들은 그런 쪽으로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올리브님 독설대로 쓰레기가 남아 있다고 보시면, 그것은
학교를 지나치게 믿지 못하시는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학교를 믿어주시지 않으
면, 우리 사회 미래도 보장하지 못합니다…
저는 개종하는 것이 아니라, 저를 죽인 것입니다… 유태 국가를 꿈꾸던 유다가
스승 예수를 움직이려 로마인에게 넘겼으나 예수가 죽음을 받아들이자 결국 자기
가 아무런 의미 없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고 자살합니다… 공교육에서 저는 아무
런 의미가 없어 저를 죽인 것입니다… 이때라도 명예스럽게 그만 두자는 것인
데 저를 붙잡으시면 안 됩니다. 그렇게 되면 지금부터는 천덕꾸러기 중견교사로
남기 쉽습니다.
저는 차별 받지 않는 사회를 꿈꾸었지요… 그래서 종교, 남녀, 혈연, 지연, 편
견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학교를 꿈꾸어 왔지요.. 그게 커다란 욕심이었지요…
저 자신조차 자유롭지 못하면서 누가 누구를 자유롭게 한다는 것인지… 그래서
이제는 작으나마 제 힘이 미칠 수 있는 좁은 영역으로 가려고 합니다. 그래서
단 세 명만이라도 자유로운 관계를 유지하려고 합니다…
아이들에게 돌아오라고요? 우리 사회는 아이들 문제로 국한할 수 없습니다.. 거
미줄처럼 얽히고 또 얽혔지요… 앞으로 저는 그저 제가 놓인 위치에서 열심히
살겠습니다… 그것이 반드시 아이들이어야 할 일은 아닐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