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이가 동양공전 실내디자인과로 진학합니다..
우리집 큰 애 한송이 진로가 확정되었어요…. 구로에 있는 동양공전 실내디자인
과에 등록하였습니다… 그리로 가기로 하였습니다.. 그 동안 마음 써주셨던 분
들께 고맙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지요. 우리 애가 부명고등학교 이과에서 전교 1, 2등을 하였다
는 것을… 그런데도 수능 점수가 형편없으니까, 갈 데가 마땅치 않더군요…
원래 우리 애를 제가 근무하는 부천정보산업고에 보내려고 하였지요… 중학교 3
학년 때 송이는 공부를 썩 잘하지 못했어요… 공연히 인문계 학교에 가서 3년
내내 시달리다 말 것 같기도 하고, 대학이 도대체 무엇하는 곳인가 하는 회의도
있었고요.. 그냥 열심히 살면 되지 싶었어요…
그런데 송이가 인문계에 가서 한 번 열심히 해보고, 대학에 가지 못하면 기술을
배우겠다고 하여 인문계 고등학교로 보냈습니다. 그리고 1학년에 입학하여 중간
쯤 하던 애가 1학년말에 상위권으로 올라서더니, 2학년 때는 전교 1등을 하는 것
이었어요…. 그랬어요…. 그림처럼 3학년 2학기까지 모의고사 성적도 계속 올
라갔지요…. 신통하대요…
지나놓고보면 그래서 우리 부부나 우리 애나 욕심을 부린 것이었지요. 학교에서
도 연대니, 이대니 하고 기대를 했고요….
수능시험 보기 열흘 전쯤에 학교에서 발목을 삐끗하였습니다. 불행이 다가오기
시작한 것이지요…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여 제 에미가 학교 근처에 있
는 하태현 한의원에 데리고 가서 침을 맞았습니다. 그리고 밤에는 하태현 한의원
에서 처방하여 준 진흙 같은 약을 발목에 바르고 랩으로 싸매고 잤습니다…
그렇게 한 사흘이 지나자, 발목이 풍선같이 부어 오르고 가렵기 시작했습니다.
부작용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피부과 병원에 다녔는데, 부기도 제대로 빠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제일 고통스러운 것은 가려움증이 멈추지 않는다는 것이었
습니다…. 그렇게 우리 부부와 애가 잠을 제대로 못 자고 며칠 날밤을 새우고,
겨우겨우 수능 시험을 치른 것이지요…
수능 점수가 낮으니, 내신 성적 좋은 것이 아무 소용이 없더라구요…. 좋은 대
학에 갈 수 있으려니 생각하다가, 제대로 원서조차 쓰지 못한다는 것을 애가 받
아들이기 힘들어하더라구요… 자기보다 성적이 좋지 않았던 애가 번듯한 대학
에 가는 것도 속상했을 테구요….
제가 설득했습니다..
니 인생이 하나씩하나씩 착실히 쌓아가야 할 팔자인가 보다… 수능 만 점을 받
고도 폭설 때문에 면접 시험을 치르지 못해 불합격된 아이도 있다… 억울하기
로 하면 한이 없다…. 먼 훗날을 보고 천천히 가자….
아는 분들은 재수를 시키라고 합니다… 애 담임 교사도 그렇게 말하구요… 올
해는 수시모집도 있는데, 내신 성적이 아깝다고요… 그러나 욕심을 부릴 일이
아니라고 봅니다. 재수든 삼수든 지가 선택할 일이지요… 일단은 송이가 동양동
전에서 인테리어를 전공하여 집을 이리저리 뜯어 고쳐 보고, 예쁘게 꾸며 보기
로 마음먹었으니 지켜볼 일입니다…
아마 소질이 있을 겁니다…. 돌아가신 송이 할아버지가 건축 일을 하셨고, 지금
도 큰아버지가 건축 일을 하시니, 집안 피를 물려받았다면 제대로 가는 것이지
요…. 인생에 절대라는 것이 있나요? 어쩌면 나중에 송이에게 집 고쳐 달라고
부탁할 지도 모르겠네요.. 다시 한 번 마음 써주신 분들께 고맙다는 말씀을 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