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삭 – 새로운 시각으로 사회를 보기

제 목
첨삭 – 새로운 시각으로 사회를 보기
작성일
2004-08-20
작성자

새로운 시각으로 사회를 보기

조은지(대일외고 2학년)

(1) 틀에 박힌 생각을 가지고 보이는 그대로의 현상만을 보는 시각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현상이다. 사회의 어떤 현상이나 제도를 볼 때, 선천적으로 ‘이것은 이것, 저것은 저것’으로 구분되어 있다는 생각은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문제이다. 이러한 편협한 시각이 지속됨에 따라 오래 전부터 우리는 강요된 역할이나 차별을 아무런 비판적 시각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는데 익숙해져 있다. 그리고 우리 스스로가 당연히 그런 거라고 생각해서 자연적으로 수용하기도 한다.

(2) 이런 잘못된 시각으로 인해 생긴 사회 문제 중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바로 남녀 성 역할 차이이다. 특히 우리 사회는 전통적인 유교적 사회였기 때문에 남자와 여자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생각이 다른 나라들보다 보편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남자가 여자보다 우월하다는 생각의 끊임없는 주입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은 여자는 여성스러워야 하고 남자는 남자다워야 한다는 역할을 구분지어 놓았다. 분명히 강요된 성 역할이 성차별임에도 전통 사회로부터 너무 자연스럽게 인식되어 그것이 합리적인 것처럼 생각한다.

(3) 또 한 가지 드러나는 문제는 계층에 따라 서로 다르다는 생각이다. ‘럭셔리’라는 말 하나만 보더라도 이러한 문제에 대해 알 수 있다. 나는 더 위에 있다는 것, 너와는 다르다는 등의 우월감에서부터 나온 이러한 생각은 다 같은 인간을 상위, 하위라는 계층으로 나누어 놓았다. 이러한 현상은 자연스럽게 사회 속에서 제도화되어서 자신이 하위 그룹에 속해 있으니까 상위 그룹과는 어울릴 수 없다는 관념을 심어놓게 되었다. 상류 사회와 중류 사회라는 말, 드라마에서 쉬게 볼 수 있는 끼리끼리 노는 모습 등에 쓴웃음을 지으면서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4) 남녀는 원래 성 역할이 정해진 것이 아니다. 사회가 그렇게 보도록 요구한 것이다. 똑같은 인간을 계층으로 나누는 차별 또한 마찬가지이다. 이렇게 새로운 시각의 변화 없이 주입되어지고 인식되어지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우리 사회의 모습은 위와 같은 문제 이외에도 또다른 문제를 낳는다. 이러한 문제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는 방식을 바꿔야할 필요성이 있다. 사회 속의 자연적인 것, 당연한 것으로 믿어지는 여러 현상들을 그저 보이는 대로 편협한 시각으로만 보지 말고 국면을 바꿔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5) 어떤 한 그림을 보고도 그 그림 속에서 새로운 각도, 새로운 측면에서 봤을 때 여러 가지 그림을 볼 수 있듯이 지금 우리 사회에도 그런 새로운 눈이 필요하다. 사회에서 제도적으로 이미 정해졌다고 생각되는 문제가 결코 타고난 것, 선천적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 낸 현상임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강요되던 차별과 역할의 제약에서 벗어나 사회의 시각을 변화시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강평)
조은지 학생은 다섯 단락으로 구성하였다. 서론 단락을 무리 없이 정리하였다. 그러나 아주 보편적인 서론이므로 자기 색깔을 담아 독특하게 구성하는 것이 좋겠다. 가령 “이것은 이것, 저것은 저것’이라는 막연한 말보다는 ‘남성은 남성, 여성은 여성’ 또는 ‘어른은 어른, 청소년은 청소년’ 같은 구체적인 말로 바꾸어보자.

그리고 결론 단락에서 ‘새로운 각도, 새로운 측면, 새로운 눈’ 따위를 언급하였으므로 이 글의 주제는 ‘낡은 생각에서 벗어나자’는 것이다.

따라서 본론 1인 둘째 단락에서는 낡은 생각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좋았는데, 낡은 생각을 하게 된 사회적 원인으로 유교적 전통을 거론하였을 뿐이다. 이런 버릇은 본론 2인 셋째 단락에서도 드러났다. 우리 사회 계층 분화가 심각하면 그것이 사회적으로 어떤 파장과 문제를 일으키는지를 거론하여야 결론 주장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그런데도 본론 1단락에서 ‘남자를 우월하게 본다’에서 그친 것처럼, 2단락에서도 ‘계층 분화가 심각하다’에서 멈추었다. 이 정도에서 그친다면 이것은 서론이나 다름없다. 즉, 서론에서 언급한 ‘틀에 박힌 현상’을 구체적으로 예시한 것뿐이다.

본론 3으로 처리한 넷째 단락도 내용으로 보아 결론 단락이었다. 넷째 단락 맨 마지막 문장은 아예 결론 단락에 있는 문장과 똑같다.

조은지 학생은 아는 것이 많아 쓸 것이 풍성한 학생들인데도 글의 짜임새가 엉성하다. 그것은 글 전체의 일관성을 놓치기 때문이다. 서-본-결 단락의 성격을 모른 체 주어진 원고량을 채우기에 바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렇게 일관성을 놓치는 학생들은 긴 글을 쓰려 하지 말고 글 전체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큰 줄기(글의 뼈대) 잡는 훈련부터 해야 한다. 뼈대가 부실한 집에 자꾸 살을 붙여 보았자 제대로 된 건물을 지을 수 없다.

특히 현실(서론)을 잘 알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결론)까지 알면서, 왜 그렇게 대처해야 하는지(본론)를 언급하지 못한다. 본론이 없다는 것은 그 문제를 놓고 고민(사고)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따라서 당연하게 여겨온 일들도 이제부터는 ‘왜 그래야 할지’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애냐하면 논술 시험은 본론에 담긴 사고의 깊이를 평가하는 시험이기 때문이다.

서술어가 ‘-이다, 있다’로 끝나는 문장이 많았다. 그리고 조은지 학생은 영어식 피동형(수동태) 문장과 물주구문이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