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결혼 주례사

제 목
제자 결혼 주례사
작성일
2012-11-11
작성자

오늘 12시에 20년전 제자 결혼식 주례가 되었습니다. 제가 더 긴장했습니다. 다음은 주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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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비가 단풍잎을 적시는 아름다운 가을날, 새롭게 출발하는 두 젊은이를 축하해주려고 많은 분들이 오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분들 마음을 모아 제가 인생선배, 결혼선배로서 두 젊은이 앞에 주례로 섰습니다.

신랑은 제가 20년전 부천고등학교에 근무할 때 제자입니다. 그때도 총명했지만, 그때 작은 인연을 소중히 여겨 미약한 저를 이렇게 주례로 세웠습니다. 그러니 오늘같은 큰인연은 평생 간직하고, 소중히 여기면서 신부와 잘 살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신부는 장녀입니다. 원래 한서방네 딸들은 생활력이 강하기로 소문이 났습니다. 알고보니 어머니와 동생을 잘 챙기고, 지금까지 실질적으로 가장 노릇을 한 의젓한 젊은이였습니다. 이제 임자를 만났으니 제대로 잘 살것으로 확신합니다.

오늘은 제가 주례로서 신랑신부에게 두 개만 부탁하려고 합니다. 첫째, 이해하려 하지 말고 불편한 것이 있으면 상대방에게 묻고 대화를 많이 하라는 것입니다. 사랑은 장단점을 뛰어넘어 그사람 모든 것을 끌어안는 것이죠. 그런데 사람들은 제 입맛에 맞는 것만 사랑하며, 단점은 외면합니다. 부모가 자식의 모든 것을 사랑하는 것 같지만, 부모조차 “쟤가 옛날에는 안그랬는데”라든지, “결혼하더니 바뀌었어.”하며 그 사람의 다른 면모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결혼전에는 안 그랬잖아, 원래는 안 그랬잖아.”라고 하지만, 따지고보면 그것도 그 사람이고 저것도 그 사람입니다. 단지 그 사람이 지닌 다른 모습을 이쪽에서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것뿐이죠.
말하자면 이해를 못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고 싶지 않은 거죠. 어쩌면 자기 방식대로 오해를 하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므로 두 사람은 앞으로 가정을 꾸려 살면서 불편한 것, 이해되지 않는 것이 있으면 털어놓고 묻고 대화하여 하나씩 제대로 이해하며 살기를 바랍니다.

둘째, 두 사람이 무조건 행복해야 합니다. 어제까지는 누구 아들, 누구 딸이었지만 오늘부터는 독립한 가정의 가장입니다. 어제까지 방을 얻거나, 텔레비전을 사거나, 가구를 고를때 두 사람 생각보다 부모나 형제 의견이 더 우세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부터는 두 사람이 상의하고, 남들에게 묻더라도 두 사람이 결정해야 합니다.
앞으로 부모와 동료와 친구가 간섭하면 단호하게 거절하고 외면해야 합니다. 두 사람이 화합하여 한 가정을 꾸리기도 전에 그 집에 부모가 들어와 살고, 친구와 동료가 들어와 살면 둘이 판단하지 못하면 일이 복잡해집니다. 중심이 흔들려 그 많은 난관을 지닌채 행복해지기 어렵습니다. 다시말해 남이 시키는대로 살면 행복해지기 어렵습니다. 두 사람이 먼저 충분히 행복해져야 남들에게 행복을 나눠줄수 있습니다. 그러니 당분간 두 사람을 중심으로 두 사람이 판단하기 바랍니다.

끝으로 내외빈께 부탁드립니다. 제가 두 사람을 위해 크게 구호를 외칠테니 박수로 호응해주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신랑은 신부와 결혼하여 백년해로한다!
신부는 신랑과 결혼하여 행복하게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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