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갔어요, 그냥 갔어요.-신엘라

제 목
그냥 갔어요, 그냥 갔어요.-신엘라
작성일
2001-02-13
작성자

이름 : 신엘라 ( sok0822@hanmail.net) 날짜 : 2001-02-13 오후 9:34:18 조회 : 176

삶의 끈을 조금씩 놓고있는 엄마에게 갔어요.
무얼 사갈까?
무얼 가져갈까?
교육중에도
설거지를 하면서도
걸으면서도…

그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아무 생각도 안 떠오른거예요.
계속 계속 며칠을 생각해도 도무지…
어떡하나, 어떡하나.
내 머리가 이렇게 나뻤던가?

엄마에게 내가 드릴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것!
기차가 플랫폼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 생각났어요.
머리 속이 하애지면서 그냥 돌아설까 망설였지요.
남들이 볼까봐 눈을 아무리 깜빡거려도
눈물은 또르륵 또르륵…
사람들은 날 쳐다보고
안 울어야지 하던 다짐은
왜 먼저 비집고 나오질 못하는지…
이 나이에도 눈물은 어디에 숨었다가 나오는 건지…
그래도 난 엄마 앞에선 안 울어요.
괜찮은 척, 아무렇지도 않은 척
너스레도 잘 떨어요.

힘겹게 투병하는 엄마에겐
돈도 필요없고
옷도 필요없고
소화도 제대로 못해
맛있는 음식도 필요없고
.
.
.
그래서 그냥 갔어요.
그래서 그냥 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