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에게 기대 반, 우려 반

제 목
박근혜 대통령에게 기대 반, 우려 반
작성일
2013-05-27
작성자

텔레비전에서 어느 중년 여인이 아버지 삽을 뺏는 것을 보았습니다. 아버지에게 밭농사를 그만 하라는 거지요. 불편한 몸으로 농사를 지어서, 객지 자식들 마음을 아프게 해야 하냐고 딸이 말했습니다. 물론 서로 압니다. 자식이 부모를 부양하지 못하므로, 부모가 농사를 지어 앞가림을 해야 자식에게 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지요. 그래서 딸 마음이 더 아픈 거지요.

얼마 전 중년 남자 넷이 모여 어릴 적 아버지를 이야기하였습니다. 사랑받지 못한 아들에게 아버지는 숙명 같은 부담이었을까요? 그 시대를 이해하면서도 아버지를 모두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그 시대 아버지는 광복과 전쟁을 겪으며, 가족들을 시시콜콜 자상하게 챙길 여유가 없었을 겁니다. 지금 세계 금융 위기와 실업보다 더 혹독한 시대였으니까요.

어릴 적 아버지를 생각하면 존경할 부분도 많지만, 나는 가장 먼저 잔소리가 떠오릅니다. 특히 돈을 줄 때 자식들에게 기분 좋게 돈을 준 적이 없습니다. “땅을 파봐라 100원이 나오나?”부터 시작하여, “부모가 얼마나 고생하는지 생각하며 돈을 아껴 쓰라”는 이야기에, “나처럼 자식들에게 돈을 잘 주는 사람이 없다”는 말에 이르기까지 끝이 없었습니다.

아무리 어려도 알 건 압니다. 우리집이 대충 어떤 처지이며, 우리 부모가 다른 부모와 어떻게 다른지 압니다. 자식들에게 헌신적인 것도 알고, 먹고 싶고 입고 싶은 욕심을 누르고 자식을 먼저 챙겨주는 것도 알지요. 그래서 말은 안 하지만, 아이도 열심히 노력하려고 합니다. 부모가 원하는 만큼 공부 잘하고, 우애 있고, 부지런한 아이가 못되는 것뿐이었지요.

그래서 아이가 부모에게 늘 미안한 판에, 부모가 그걸 강요하고 되새기니까 오히려 반발심이 생깁니다. 알아요, 안다고요. 그만 하세요. 나도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것뿐이에요. 잔소리가 너무 심하다 싶을 때는 그때까지 부모가 나를 키운 비용을 얼마씩 쳐서 아버지에게 모두 지불하고, 부모한테서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사람들은 부모자식 사이를 붕어빵으로 표현합니다. 세월이 흐르면 부모 모습이 자식한테서 엿보인다는 뜻이지요. 그때 그런 아버지를 이해하여, 실제로 우리 넷 중에서도 그런 면으로 아버지처럼 살고 싶다는 분이 있었습니다. 그러니 붕어빵처럼 이분도 그때 그 아버지처럼 이웃 사람을 챙기고 어려운 사람을 외면하지 않으며 살 겁니다.

어릴 적 부모를 생각하며 나처럼 거꾸로 실천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예를 들어 나중에 부모가 되면 잔소리하지 않겠다, 자식들에게 기분좋게, 또는 넉넉하게 돈을 주겠다고 생각하는 식이지요. 이밖에도 사람에 따라서는 술을 먹고 집에서 행패를 부리지 않겠다든지, 바람을 피워 가족을 혼란스럽게 하지 않겠다든지 같은 결심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어쩌면 잔소리를 너무 하지 않는 부모를 무심한 부모로 받아들이고, 그 사람이 나중에 부모가 되어 자녀들에게 잔소리를 많이 할지 모릅니다. 말하자면 부모는 어떤 방식으로든 자식에게 기준이 됩니다. 그런 면을 받아들이냐, 버리느냐? 부모자식은 숙명일 수밖에 없는 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