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옴) 테러방지법 핵심은 테러방지가 아니다
이름 : 여성신문 ( ) 날짜 : 2002-03-06 오후 5:03:32 조회 : 193
테러방지법 핵심은 테러방지가 아니다
[2002 인권학술회의]
국민통제, 국가보안법보다 한수위
우리 사회의 인권의식 이 정도인가
“이 법안의 핵심은 비밀정보기관이 국가 위에 군림하게 된다는 것이다.”
2002 인권학술대회 기간 중 참가자들은 테러방지법 제정 문제에 대한 토론회를 열고 법안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작년 10월부터 국가정보원은 통상 입법예고기간이 20일 이상임에 반해 테러방지법안은 10일간만 하기로 하고 공청회 등의 절차도 없이 국회통과를 추진해왔고 올 2월 들어 여야 총무가 이에 합의하면서 임시국회 상임위에서 심의에 들어가는 등 법안 통과를 향해 내달려왔다.
문제는 월드컵을 앞두고 단지 ‘테러가 나면 안 된다’는 여론에 가려 막상 테러방지법이 담고 있는 내용이 무엇인가는 공론화 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 왜 만드는 지 모르겠다 = 2월 20일 국가인권위가 제출한 의견서에 따르면 이미 우리는 대검찰청 공안부, 법무부의 출입국관리국, 건설교통부의 항공국, 해양경찰청 경비구난국, 국가정보원 등 테러행위를 예방하고 수사·진압 및 처벌하는 데 다양한 국가기관이 책임과 권한을 가지고 있다.
통합방위법은 테러방지법안이 대상으로 하고 있는 테러행위를 포함하는 ‘통합방위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의 모든 방위요소를 통합·관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또 형법, 군형법, 항공법, 유해화학물질관리법, 군사시설보호법 등 테러행위를 처벌하기 위한 기존의 형사법 역시 다수 존재한다.
◇ 은폐된 조직이 국민을 통제할 것 = 테러방지법안의 핵심은 국가조직체계와 기능을 재편성하면서 이에 국가정보원이 핵심적인 기능을 맡게된다는 것이다. 법안은 국정원이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에까지 개입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고 있고 나아가 헌법이 정한 계엄에 의하지 않고도 군 특수부대와 군 병력에 대한 통제권까지 장악할 수 있는 여지를 두고 있다. 그런데 국정원은 비밀조직의 성격을 가지게 되어 있어 국민의 감시가 닿지 않는다.
내국인 뿐 아니라 국내 체류중인 외국인에 대해서는 광범위한 감시와 구금, 강제출국 등 인권유린이 자행될 소지가 다분하다.
◇ 신고하면 허위신고, 신고 안 하면 미신고죄? = 테러단체를 “설립목적 여하를 불문하고 그 구성원이 지속적으로 테러를 행하는 국내외 결사 또는 집단”으로 규정하고 있어 친목모임도 그 구성원이 테러혐의를 받으며 테러단체로 규정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조용환 변호사는 “A대학의 직원이 테러를 했다고 판단되면 법안의 처벌조항에 따라 A대학 총장은 사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비유하기도 했다.
▶작년 11월 30일 시민사회단체들이 국회 앞에서 테러방지법 통과와 아프간 파병 등을 반대하며 벌인 시위사진.
테러단체를 판단하는 절차에 대한 규정이 없어 대테러센터 공무원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결정될 우려가 있고, ‘허위사실’에 대한 기준이 애매해서 미신고죄에 대한 규정과 논리적으로 충돌하고 있다. 즉 “신고를 하면 허위신고에 해당하고 신고를 하지 않으면 미신고죄에 해당하는 경우”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테러방지법 철회 성명’에 참여한 인권학술회의 참석자들은 “테러방지법안이 실제로 테러행위 방지에는 효과적이지 않을 뿐 아니라 헌법과 국제인권법이 보장하고 있는 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히면서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해 ‘테러방지법 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칭)’를 결성, 보다 적극적인 활동에 나설 것을 제안했다.
제주=조이 여울 기자 cognate@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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