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무결석하기 -야초
이름 : 허무한 야초 ( ) 날짜 : 2002-03-16 오후 4:36:19 조회 : 198
어제였더랬습니다. 한 녀석이 안타나는 것이었습니다. 그 녀석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할아버지상을 당해 대전에 같이 내려가는 중이라고 답하며 휴게소에서 다시 전화한다고 했습니다. 수업시간에도 학생들의 양해를 구하고 나의 앙증맞은 휴대전화기를 켜 놨는데 연락이 없었습니다.
종례하러 교실에 갔더니 반 아이들이 “우리 무결석 깨진거예요?” 묻길래 喪당한것은 괜찮다고 일러주며 당연히 출석부에는 상고로 기록했지요. 아이들의 안도하는 모습이 좋았습니다.
오늘 아침 그녀석의 어머니가 나타나더니 어제 같이 간 것이 아니라 고 녀석이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는군요. 몇마디 대화를 나누고는 아이를 찾으로 간다며 가셨죠.
우리반 아해들과 1년 무결석하자며 일방적이긴해도 약속이란걸 해서, 작년에 질병+사고 결석이 30일이 넘는 녀석도 0교시 시작 5분전에 교실에 나타나 조용히 자리에 앉아 수업을 준비하는 달라져 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생각지도 않던 녀석에게 뒤통수를 얻어 맞으니 허탈하기도 하고 x이고 싶도록 밉기도 합니다.
반 아이들의 아쉬워하는 모습이 – 그 녀석이 봤어야 하는데 – 안스러웠지만 어차피 3월은 틀렸으니 4월부터 다시 잘해보자고 또 일방적인 약속을 했습니다.
무결석이란게 하늘이 도와야 되는거 아닙니까? 학급학생 모두가 아프지 않고, 신체적인 사고없고, 가족에게 나쁜일 안 생기고.
그 녀석 돌아오면 바로 사회인으로 만들어 버릴까 하다가 어릴 때 외할머니 말씀이 생각나서 참기로 했습니다.
동생과 싸우고 “저거 나가 없어졌으면 좋겠다.”라고 했더니, 할머니 말씀 “너 똥구멍 구리다고 떼버릴 수 있냐?”였습니다.
무결석 깬 그 똥구멍 사랑해야겠습니다.
전국의 모든 담임 선생님, 힘내시고 사랑이 충만한 교육하시기 바랍니다.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