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것이 없어 힘이 있다

제 목
가진 것이 없어 힘이 있다
작성일
2011-12-7
작성자

<나꼼수>는 가진 것이 없어 힘이 있다.
가지려고 계산하지 않아서 힘이 있다.

버린 자들의 힘| 길거리 목사의 삶
없이계신이 | 조회 76 |추천 0 | 2011.12.05. 09:05

월남전 이야기가 나올 때 마다 나는 조금 미안한 감이 있다. 한 민족의 역사를 좌우되는 수 백만이 희생되는 내전에 나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경제적 이유에서 지원병으로 갔었기 때문이다. 기왕에 군대 생활을 하는 것이니 돈이라도 벌면서 하자는 생각으로 월남전에 지원을 했었다. 아마 나뿐만 아니라 파월 장병의 대부분이 그런 생각으로 지원을 했을 거다. 어떤 사람은 만약에 죽어도 “고기 값이라도 하겠지.”는 생각으로 지원을 했다. 즉 보상이라도 후하게 나오겠지 하는 생각이다. 끔찍한 표현이지만 당시의 암담한 상황은 그랬다. 그런데 참전 군인들이 개인적으로 이야기 하면 모두 다 “돈 벌러 갔다.’고 하는데 단체로 모이면 ‘자유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 갔다 왔다고 한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이 진짜 이유와 내세우는 명분은 다른 것이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갈등과 긴장이 있는 거다.

1970 년대 미국은 CBS에서 방영한 한 편의 월남전 다큐멘타리 때문에 발칵 뒤집혔다. 존 로렌스라는 기자가 월남의 한 중대에 들어가 생활을 같이 하면서 그들의 실상을 그대로 보도 했기 때문이다. 작전을 위하여 부대가 이동 해야 하는데 상부에서는 이동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 산길로 가라는 명령을 내리지만 병사들이 거부하는 장면 때문이다. 부대원들은 베트콩이 아군 보다 훨씬 지형을 잘 알 수 있는 산길로 택하는 것은 공격을 당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자살행위라고 판단을 했기 때문에 비록 명령위반으로 감옥엘 가더라도 죽는 것 보다는 낫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실제로 월남전에서 정글에서는 절대로 남이 갔던 길은 가지 않고 새로 길을 내면서 가는 것이 상식이었다. 왜냐하면 적이 어디에다 매설물을 설치 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다큐멘타리 ‘촬리 중대’에서 공공연히 지휘관의 명령을 거부하는 미군의 행태가 보도되자 난리가 난 것은 당연하고 이 사건 이후 모든 종군기자들이 단독으로 행동 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미국인들은 한 편의 다큐 때문에 월남전의 현실을 직시하게 된 것이다. 진실만큼 설득력이 강한 것은 없다. 그러나 또한 진실만으로는 세상이 돌아갈 수 없다. 아니 돌아가지 않는다. 왜냐하면 진실이라고 해 보았자 모든 것에는 한 가지 모습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앞 모습과 뒷 모습이 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시절에 교실 앞에 나가 손을 들고 벌을 서던 경험이 누구에게나 한 두 번쯤은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한 선생님은 꼭 벽을 향해 서 있도록 하였다. 비록 앞에 나가 벌을 서고 있지만 쑥스러운 얼굴로 나마 친구들과 마주 보면서 눈으로 교신이라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짧아도 벽을 보고 있으면 갑갑하고 더 지루했던 기억이 난다. 손을 들고 서있는 고통 보다는 벌을 서고 있는 나의 뒷모습을 보이는 것이 더 괴로웠던 것이다. 그래서 인간은 상대방을 공격할 때 뒷모습을 캐내려고 애를 쓰는 것이다. 요즘 ‘나꼼수’가 이명박과 한나라당의 뒷 모습을 열심히 캐내서 쌓여 있는 국민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위대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들이 보이고 싶지 않은 모습을 보여 줌으로서 어리석은 백성들이 이 판단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어 기존의 매스컴들을 무력하게 만들고 있다. 도대체 방송국도 없고 서울 마포의 허름한 지하 녹음실을 빌려서 밤새 녹음을 해서 인터넷에 올려놓는 이 방송이 수 천 억 원의 첨단 장비와 수 천명의 직원을 거느린 거대 방송을 능가하는 영향력 가질 수 있게 된 원인이 어디에 있을까?

그것은 그들의 마음 속에는 한 자루 비수가 숨겨져 있기 까닭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버린 자들’만이 가질 수 있는 비수이다. ‘나꼼수’의 주인장인 김어준이라는 인간이 인터뷰에서 “살아 있는 권력을 그렇게 심하게 비판하면서 겁나지 않느냐?”고 물으니까 “가난하게 살면 되잖아요?”라고 했단다. 그게 바로 정답이다. 젊은 시절 나는 몇 푼 안 되는 돈 때문에 월남전에 참전 했기 때문에 늘 부끄럽지만 지금 그들은 버렸기 때문에 떳떳하고 힘이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