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천 인터체인지 줄게, 정수장과 작동산 다오.

광명-서울 민자 고속도로 부천대책위원회 한원상 위원장, 이병길 부위원장

- 2003년 건설업체들이 평택-문산 120킬로미터 고속도로를 민간 투자 사업으로 국토부에 제안한다. 그 중 광명-서울 구간은 코오롱 컨소시엄이 맡기로 했는데, 부천은 서울시에 붙어있는 고강동 땅이 조금 포함되었다. 그러다 서울 신정동, 천왕동에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2008년에 부천 땅이 대폭 들어가고 신정 인터체인지 대신 동부천 인터체인지가 들어서는 것으로 바뀐다. 그러자 2009년 부천시는 부천 통과 노선을 재고해달라고 국토부에 요청하고, 2010년부터 부천시의회, 주민들이 노선 반대 운동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전체 공사 구간을 넷으로 나누었어요. 그 중 평택-수원 구간은 공사가 끝나서 개통되었고요. 수원-광명 구간은 공사 중입니다. 그런데 나머지 두 구간은 착공조차 못했어요. 그 두 구간이 인구 밀집 지역인데다가, 교통 환경 개선에 크게 도움이 안 되거든요. 주민 반대가 심하니까 국토부가 사업 승인을 못했죠.
그 사람들은 이 고속도로를 만들면 부천 동쪽 사람들이 고속도로에 접근하기 쉽다고 주장합니다. 또 인천 공항과 김포공항 이용이 편리해진대요. 사실 원미구, 소사구 주민들이 그런 걸로 불편해 하는 사람이 없어요. 자동차로 몇 분만 더 가면 각각 그 도로에 연결됩니다. 오히려 새 인터체인지 부근에 차가 집중되면서 이곳이 늘 병목 현상에 시달릴 거예요.
그 사람들이 민자 고속도로를 만들어 30년 운영하다가 국가에 기부한다고 해요. 그러나 도로 공사를 하면서 뒤로 잔뜩 남겨 먹고, 고속도로를 운영하는 척하다가 나중에 몇 배 뻥 튀겨서 나라에 팔아먹을 속셈이에요.”

- 사람들은 민자 국책 사업을 근본적으로 못 믿는다. 정부가 돈이 없다고 할 일을 내려놓으면서 전국에 수많은 민간투자 사업이 벌어진다. 서울-춘천 민자 고속도로는 공사비가 부풀려져 건설회사가 엄청난 폭리를 챙겼다고 시민단체들이 주장하였다. 감사원조차 통행료가 너무 비싸게 책정되었다고 지적했다. 민자 사업 중에서 서울 외곽 순환도로 북부 구간은 나중에 국민연금공단이 거액을 주고 사준다.
미시령 민자 터널 같은 경우는 최소 운영 수입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계약하였다. 그래서 강원도는 사업자에게 한 해에 수십억 원씩 보태준다. 강원도민이 감자와 고랭지 배추를 팔아 건설업자와 자본투자자를 먹여 살린다.
알고보면 돈이 없는 것도 아니다. 예산을 세우고 정부가 주민을 설득하여 공사해야 하는데, 공무원들이 골치 아픈 과정에서 슬쩍 빠졌다가 나중에 완성된 결과물을 돈으로 사는 식이다.

“지금 가장 큰 문제점은 동부천 인터체인지입니다. 까치울정수장 바로 옆 1.2킬로미터 도로를 지상으로 드러내고 식물원 위에 고가도로를 만들어, 차가 드나드는 동부천 인터체인지를 만든대요. 까치울정수장과 가까운 데는 100미터, 좀 먼데는 280미터쯤 떨어졌어요. 그 옆 전원 주택단지와는 더 가깝구요.
시공사 설계에 따르면 부천 통과 구간은 7.5킬로미터인데요. 지상에 동부천 인터체인지와 고강 인터체인지를 만들어 통행료를 받겠다는 거죠. 동부천 인터체인지 1.2킬로미터 구간의 양쪽 터널에서 나오는 자동차 매연과 분진이 모두 동부천 인터체인지로 쏟아져 나옵니다. 말이 안 되죠.
시공사업자는 정수장 옆에 도로를 건설한 사례가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건 글자그대로 그냥 정수장 옆길이에요. 뚝섬이나 영등포 정수장은 옆에 한강을 끼고 있어요. 부천 상황과 많이 달라요. 우리는 정수장 옆에 인터체인지를 만드는 거예요. 인터체인지를요. 이런 사례는 하나도 없어요.”

- 100미터라면 운동장에서 초등학교 아이들이 달리기를 하던 거리다. 이쪽에서 저쪽이 빤히 보일 만큼 가깝다. 더구나 정수장 근처에는 수백억 원을 들여 조성한 수목원, 자연공원 등이 있다. 인터체인지에 드나드는 차들이 곡선 도로를 따라가며 타이어 가루를 날릴 판이다. 상동 주민이 순환도로 옆에 살면서 아파트 창문을 24시간 내내 열어놓을 수 있을까? 소음도 소음이지만, 저녁 때 걸레질했을 때 먼지가 아니고 시커먼 매연이 닦여도? 고속도로 매연이 최소 2킬로미터까지 날아가는데도?

“게다가 동부천 인터체인지를 건설하면서 작동산을 송두리째 파괴합니다. 부천은 녹지 비율이 전국 꼴찌에요. 작동산은 부천의 동쪽 산소 공급원입니다. 작동산은 수많은 사람들이 놀러오는 등산로이고 산책로이구요.
시공사업자는 작동산을 8만 평방미터만 훼손한다고 하는데요. 이건 나중에 인터체인지가 들어섰을 때 이야기예요. 이 8만 평방미터(약 2만4천 평)을 건설하려면 10만 평은 훼손해야 건설할 수 있어요. 산 하나가 다 없어집니다. 동네에서 30평짜리 집을 지어도 앞집, 뒷집 공터와 동네 도로를 다 이용합니다. 산 하나를 다 깎아가며 고속도로 공사를 한다는 소리입니다. 그렇게 쌓아놓은 흙더미가 산이 되고 나중에 원 상태로 회복하려면 몇십 년이 걸립니다.”

– 대책위원회 한 위원장과 이 부위원장은 그 전에 주먹 쥐고 머리띠 한 번 두른 적이 없었단다. 더구나 가족 중에는 병원에 입원한 환자가 있어 가정사로도 복잡한데 자신이 대책위원회에서 운동가로 활동할지 몰랐단다.
그 동안 우리는 밀양 송전탑 문제처럼 국책사업은 선이고, 반대는 악이라는 선입견이나 또는 지역이기주의라는 편견에 사로잡혀 산 것은 아닐까? 중동 상동에 살면서 이 고속도로 개설을 여월동 작동 문제로 국한한 것이 아닐까? 그렇지 않고서야 그 동안 동부 인터체인지가 까치울정수장 옆에 들어설 거라는 사실을 대부분 부천 사람들이 왜 몰랐을까?

“부천시는 국책 사업이라서 대놓고 반대하기 어려웠을 거예요. 시민들에게 본격적으로 이 문제를 알리자니 갈등을 부추기는 것 같겠죠. 그렇지만 우리 작동 주민들은 생활에 밀접하게 관련된 문제라 물러설 수 없었어요. 2010년 주민 반대투쟁위원회를 구성하고 부천 각종 단체 43개와 연대하였어요. 서명 운동도 하고, 촛불 집회도 하고, 시위도 하였죠. 서울 방화동 사람들과 연대하여 싸우고요. 주민들이 국토부 청사에 항의 방문도 하였어요.
그때는 선거가 있어서 정치인들이 많이 도와주었어요. 물론 나중에 슬그머니 변한 사람도 있지만요. (흐흐흐) 90만 부천 시민이 앞으로 맑은 물을 먹는데 더 큰 어려움이 있고, 산 하나가 없어진다는 것을 널리 알리기가 정말 힘드네요. 힘에 부쳐요. 시공사업자와 앞으로 어떻게 싸워야 할지도 모르겠구요.
더구나 요즘에는 동부천 인터체인지를 만들어 부천을 발전시키자는 사람들도 등장했어요. 인터체인지 입구가 서울 궁동 쪽인데 서울 사람들이 고속도로 접근하기만 좋지, 부천이 발전할 일이 뭐 있어요? 매연과 소음 속에 사는 게 발전인가요? 그 사람들은 자기 땅을 팔려는 사람들이에요. 자기네 땅을 팔아먹자고 90만 명이 이용하는 숲과 정수장을 훼손하자는 것은 말도 안 되죠.”

- 민간투자 심의위원회에서는 이 문제를 안건으로 심의하여 의결했고, 시공사업자는 지난 4월과 7월에 주민설명회와 공청회를 개최하여 합법적인 과정을 만든다. 게다가 평택-수원 고속도로가 개통되었고, 한 곳은 공사 중이다. 그래서 부천 시민들이 무한정 이 문제를 반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더구나 밀양이든, 부안이든, 매향리든 다른 동네 사람들은 자기 문제가 아니면 그 지역 이기주의로 보기 쉽다. 힘을 모아줘도 힘든데, 같은 부천 사람끼리도 이 일에 무관심하고, 고속도로 건설을 찬성하는 사람도 나타나니 대책위원회에서 힘에 부친다고 하는 것이리라.

“건설사 속내야 어떻든 우리도 국책 사업을 아예 거부하지는 않아요. 사실 정부가 국책 사업을 포기한 경우가 많지 않아요. 물론 우리야 이 고속도로 건설을 백지화하면 좋죠. 그러나 고속도로를 꼭 건설해야한다면 부천 피해를 최소화해달라는 거죠. 우리도 처음에는 부천 노선과 동부천 인터체인지를 서울시 경계선 쪽으로 밀어달라고 했지요. 그러나 이건 부천시와 서울시 양쪽 녹지에 못할 짓을 하는 것 같아 나중에 철회했고요.
지금은 까치울 정수장 근처에 동부천 인터체인지를 짓지 말고, 지상 1.2킬로미터를 양쪽 터널에 연결하여 정수장 구간을 지하로 만들라는 겁니다. 땅속으로 가면 도로를 구부릴 필요도 없으니까 도로가 짧아지고 공사비도 줄일 수 있어요.
만약 동부천 인터체인지가 없어서 수익이 떨어지면 고강동 인터체인지를 더 잘 만들어, 서울 양천구, 구로구 주민의 접근성을 높여도 될 겁니다. 부천 동쪽 주민도 그게 더 가까워요. 그런데도 사업자가 고속도로 노선을 이리저리 변경해 부천시에 제안하면서도 동부천 인터체인지를 끝내 포기하지 않네요.”

- 정말 갑갑하겠다. 기구하기로 말하면 정말 기구하다. 작동 전원주택 단지 주민은 원래 김포공항 옆 오쇠리 주민이었다. 근대사에서 김포공항을 일본이 처음 만들고 광복 후 미군이 군용 비행장으로 쓰다가, 오늘날 김포 국제공항으로 바뀐다. 그래서 오쇠리 주민들이 항공기 소음과 진동을 피해 이곳 작동에 단지를 마련하고 15년 전쯤 집단 이주하였다.
그런데 7호선 지하철 공사 때문에 지난 8년 동안 공사 현장을 곁에 두고 소음과 먼지 속에서 살았다. 그러다 작년 11월 지하철 공사가 마무리되었는데, 지금은 서울 신정동 남부 순환도로에 연결하는 광역 도로 건설로 다시 3년째 공사 중이다.
오쇠리에서 여러 어려움을 딛고 나와서 이 한적한 곳에 새 집을 마련하여 꿈같이 지낸 날은 잠깐이었다. 이제 이 고속도로 공사를 시작하면 앞으로 5년 이상은 공사판을 벌여야 한다. 소음과 먼지는 오쇠리 주민에게 숙명일까?

“지하 터널 방식으로 공사하면 그 모든 문제점이 해결되죠. 사업자는 지금 모든 행정 절차를 다 끝냈다고 보고, 실지 설계에 들어가려고 합니다. 그거는 국토부에서 승인 받아야 해요. 말하자면 지금 그것만 저지해도 착공을 못해요.
물론 실지 설계를 국토부 장관 재량으로 허가할 수 있어요. 그런데 서울, 광명, 부천 국회의원들이 지난 6월에 장관을 만나 광명-서울 노선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했대요. 그래서 장관이 주민 의견을 더 들어보자고 했나 봐요. 우선 급한 불을 정치적으로 끈 셈이죠. 해마다 연말 안으로 착공한다고 했거든요.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지금까지 해온 저지 운동의 막바지인지도 몰라요. 그러니 정치인, 시장, 시도의원들이 더 적극 나서야 합니다. 가을이라고 마을마다 동네 축제 또는 이벤트를 열면서도, 이 일에는 시민들이 너무 소홀한 것 같아요. 우리 인터넷 카페(http://cafe.daum.net/dongbuchonIC)에 있는 글을 긁어다 국토부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려도 좋고요. 대책위원회가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면 공유하여 널리 알려주셔도 고맙지요. 이 시점에서는 모두 다 소중해요. 더 좋은 아이디어를 대책위원회에 알려주시면 고맙고요.”

– 인터뷰가 끝났다고 하자, 이병길 부위원장은 이 말을 꼭 덧붙여 달라고 하였다. 정수장 옆에 인터체인지를 만들면 세계에서 첫 사례가 될 것이란다. 그만큼 사업자가 부천 시민을 우습게 본다는 것이다. 이걸 양보하면 대한민국 어디든 공사하게 된다. ‘봐라! 부천에서는 먹는 물 정수장 옆에 고속도로 인터체인지를 냈다.’는 식이다.
자기가 회사원이지만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에 가입하면 이 활동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진성당원이 되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경찰이 주목하는 사람이 되었단다. 그래도 이 일이 제대로 마무리만 된다면 후손들과 부천시민들에게 부끄럽지 않을 것 같아 정말 기쁠 거란다. (글 한효석, 사진 김혜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