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철 군 결혼 주례사

제 목
최현철 군 결혼 주례사
작성일
2013-12-25
작성자

오늘 오후에 서울에서 콩나물신문협동조합 집사인 최현철 군이 김지민 양과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제가 주례로 두 사람 앞에 섰습니다. 전에는 몇 단어만 메모해도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잘 전달했는데, 요즘에는 하려던 이야기를 금방 잊어버립니다. 그래서 글로 작성해서 예식장에서 읽었습니다. 아래는 주례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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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예수가 탄생한 날로 아주 성스런 날입니다. 기독교인을 비롯하여 전세계 사람이 반가워하는 축일을 맞이하여 새로이 가정을 꾸리고자 두 젊은이가 이 자리에 섰습니다. 이 부부는 앞으로 결혼기념일을 전세계 사람과 함께 즐기고, 연말 송년회도 겸하게 되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제 말씀을 드리기 전에 먼저 두 젊은이를 예사롭지 않게 잘 키워낸 부모님께 감사 드립니다. 또 두 젊은이를 축하해주려고 연말 바쁜 일정을 접어두고 이 자리에 참석해주신 가족, 친척, 친구, 모든 손님들에게 감사 드립니다.

신랑 최현철 군은 저와 함께 부천에서 담쟁이문화원을 꾸려가며 <콩나물신문>이라는 지역신문 창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같이 지내보니, 천성이 성실하고 따뜻하여, 일을 같이 하며 뜻을 모으는 많은 사람이 좋아합니다. 부천에 뛰어난 인재가 넝쿨째 굴러들어왔다고 모두 좋아합니다.

신부 김지민 양은 최현철 군을 통해 알았지만, 몇 번 만나보니 생각이 깊고 따뜻한 사람이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인재로 주목받았다고 합니다. 최현철 군이 한 눈에 반할 만하다는 것을 알겠습니다. 오늘로 만난지 100일만에 결혼을 하여 인연이 짧은 것 같지만, 두 사람은 무림 고수가 다른 고수를 척 알아보듯이 이제야 진정으로 짝이 될만한 사람을 찾은 것 같습니다.

그래도 서른 중반에 짝을 찾았으니 우리 기성세대가 보기에는 많이 늦었지요. 그것은 이 두 사람이 쉽게 짝을 만날 만한 상황이 시대적으로 못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두 사람 탓이 아닙니다. 이 두 사람은 1970년대 끝자락 또는 1980년대 초에 태어났습니다.

고등학교 졸업할 무렵 아이엠에프 사태가 벌어졌고, 대학을 졸업할 무렵에는 여기저기에서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으로 대량해고가 일상적으로 벌어지던 시절이었지요.

그래도 이 두 사람은 각각 경희대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를 졸업하여 우리 같은 기성세대가 좋은 직장이라고 여기는 안정된 회사, 월급 많이 주는 회사에 들어갑니다. 그러나 그것이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래서 직장을 그만 둡니다. 그냥 다니지, 그냥 다녔어야 했을까요?

그리고 행복이 무엇인지, 어떤 것이 행복한 것인지를 찾아 방황합니다. 최현철은 시민단체로, 시민 방송국으로, 김지민은 학교교사로, 영어 강사로, 인도 유학으로 구도자처럼 헤맵니다. 다른 젊은이들처럼 적당히 현실과 타협하지 않았습니다.

우리 같은 기성세대가 보기에는 멀쩡한 직장을 그만 두다니, 배부른 소리고 알 수 없는 짓이었죠. 여자 김지민보다 남자 최현철 아버지는 더 화가 났을 겁니다. 똑똑한 아들, 잘 가르친 아들이 멀쩡한 직장을 그만두었거든요.
그러나 알고보면 2000년전에도 예수를 그 당시 사람은 아무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다행히 이 두 사람은 이제 어느 정도 그 답을 찾은 것 같습니다. 협동과 지역 공동체, 상생과 같은 단어가 아마도 이 두 사람이 앞으로 짊어지고 갈 단어라고 봅니다.

그리고 숙명처럼 이렇게 만났습니다. 저는 이 두 사람이 조금씩 행복해지면서 가족에게, 친구에게, 그 행복 방법을 전파하리라 봅니다. 기성세대가 돈과 출세에 사로잡혀 보지 못했던 것을 찾아내 오늘날 안녕치 못한 수많은 이웃에게 행복을 전파하리라 봅니다.

그것이 이 두 사람이 성탄절에 결혼하는 이유이고, 이렇게 많은 사람이 축하하며 기대를 거는 이유일 겁니다. 앞으로 이 두 사람이 어려울 때마다 묵묵히 지켜봐주십시오. 기다려 주십시오. 기성세대라고 잔소리는 하지 마십시오. 실패한 세대가 알지 못하면서 훈계할 수는 없는 겁니다. 머잖아 우리 모두에게 행복하고 안녕한 방법을 이 두 사람이 일러줄 겁니다.

끝으로 제가 두 사람을 위해 크게 구호를 외칠 테니 박수로 호응해주시기 바랍니다.

신랑 신부는 결혼하여 서로 존중하며 산다!
신부 신랑은 결혼하여 무조건 행복하게 산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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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임주, 박혜숙, 신은실님 외 55명이 좋아합니다.
댓글 12개 더 보기

Sung Hoe Jung 현추리 축하해요.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용기를 북돋는 주례사 감사합니다
2013년 12월 26일 오전 10:02 · 좋아요 취소 · 3

유병유 한효석 또~울컥할려고요.ㅎㅎ멋졌어요.
2013년 12월 26일 오전 10:18 · 좋아요 취소 · 4

강성필 짝짝짝 역쉬~
2013년 12월 26일 오전 11:17 · 좋아요 취소 · 4

김정렬 사무실에 오신 분이었네요 맞죠? 선생님… 늦었지만 두 분 축하드립니다. 요즘 젊은 사람같지 않은 멋진 분들입니다. 두분 결혼 축하드립니다.
2013년 12월 26일 오후 3:19 · 수정됨 · 좋아요 취소 · 3

박윤수 이런… 그 뜻깊은 성혼에 얼굴도 디밀지 못하고… 늦었지만… 감축드립니다~~^^
2013년 12월 26일 오후 11:51 · 좋아요 취소 · 4

신은실 현추리님이 부럽습니다 주위에 이렇게 좋은 분들이 많아서요 마음 터 놓을 분들도 많구요 이런분들이 옆에서 든든하게 바라봐주시는 것만두 두 분은 행복하게 잘 사실거예요~~^^
2013년 12월 27일 오전 11:52 · 좋아요 취소 · 1
한효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