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입양하지 못하는가? -조성관
슬하에 자녀가 없었던 이승만 초대 대통령과 프란체스카 여사는 양자를 들
였다. 그 아들이 현재 명지대 교수로 있는 이인수 씨이다. 또한 자유당 시
절 이승만 대통령 밑에서 부통령을 지낸 이기붕 씨도 박마리아 여사와의 사
이에 자식을 낳지 못해 이강석을 양자로 들였다. 비록 아들에 국한되기는
했어도 그 시대에 지도층에서 양자를 들였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현재의 지도층 인사 중에 입양아를 키우는 가정은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다. 나는 정치의 본질은 인간에 대한 한없는 사
랑에서 출발한다고 확신한다. 그러나 한국의 정치 지도자들은 해외 입양에
대해서 최소한의 부끄러움조차 느끼는 것 같지가 않다.
노벨상으로 화제를 돌려보자. 노벨 문학상의 경우 한국에서는 지금까지 이
광수, 서정주, 김동리, 김지하, 김은국, 한말숙 씨 등이 후보로 추천되었지
만 최종 후보에조차 오르지 못했다. 이를 두고 문화계 인사들은 효율적이
고 적극적인 번역 사업과 홍보 및 후보 추천 전략 등이 요구된다고 주장하
고 있다. 그러나 이런 조건들이 만족할 만한 수준에 이르렀는데도 노벨 문
학상이 한국에 주어지지 않는다면 그때 가서는 또 무엇이 부족하다고 할지
의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노벨상이 제정된 취지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노벨상은
각 부문에서 인류의 미래를 위해 노력하고 헌신한 사람과 단체에 주는 상이
다. 다시 말하면 노벨상은 문학, 물리학, 화학, 의학 등 6개 부문에서 인류
가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인 인도주의와 박애주의에 헌신하고 업적을 남긴
이들을 위한 영광스런 상인 것이다.
매년 가을이 되면 신문에는 여러 분야의 교수들이 노벨상과 관련된 칼럼
을 쓴다. 우리도 노벨상을 받자, 창의력을 키우는 교육 풍토가 조성되어야
만 노벨상 수상이 가능하다는 등의 고담준론(高談峻論)을 늘어놓는다. 틀
린 이야기는 아니다. 그런데 그들의 주장하는 바대로 이뤄진다고 해서 한국
에게 노벨상이 돌아온다고 보장할 수 있을까?
우리는 노벨상이 왜 한국에 주어지지 않느냐고 탓하기에 앞서 과연 한국
사회가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인도주의와 박애주의를 실천하기 위해 얼마
나 노력하고 있는지부터 냉정하게 되돌아 봐야 한다. 또 국제사회에서 한국
이 어떻게 비치고 있는지를 깨달아야 한다. 현실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눈이 있다면 노벨상을 바란다는 게 얼마나 염치없는 욕심인가를 알 수 있
을 것이다.
현재 한국인으로 노벨상에 가장 근접해 있는 사람은 ‘옥수수 박사’로 불리
는 경북대 김순권 석좌 교수와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 정도가 아닐까 한다.
김순권 교수는 슈퍼 옥수수를 개발해 낸 공로를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
다. 또 김대중 씨는 한국에서 최초의 정권교체를 이뤄 내고 민주주의를 발
전시킨 지도자로서 ‘아시아의 만델라’ ‘동양의 브란트’라는 평가를 받고 있
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두 사람은 상당 기간 노벨상을 받기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일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를 자랑해 온 한국이 몇백 달러 수준인 중국, 러
시아와 함께 고아수출 세계 3위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벨상을 희망하
고 또 수상국이 된다는 것은 노벨상의 권위를 심각하게 모독하는 일이 될
것이다. 이 나라의 책임 있는 지도층부터 입양아를 당당히 받아들이고 고
아 수출이 없어지는 날이 올 때까지 우리는 노벨상을 바랄 자격이 없다.
(출전: 조성관, [아 대한민국], 자작나무, 19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