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사랑이란 이름으로 -신옥

제 목
(수필) 사랑이란 이름으로 -신옥
작성일
2000-05-12
작성자

신 옥(주부, 부천시 원미구 상1동 한아름마을)

연극배우인 남동생이 결혼하였다. 그 동생댁이 동생 생일에 집으로 초대를 한다
고 전화가 왔다. ‘김치 한가지면 되니 다른 음식은 하지 말라.’는 당부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동생댁은 얼굴은 예쁘지만 키가 아주 작은데다가 옷입는 것조차 초등학생처럼
입고 다니는 등 여러 가지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아가씨였다. 키가 큰 동생하고
있을 땐 마치 꼬마아이가 쫄랑쫄랑 따라 다니는 느낌이 들었다. 사귀는 것이 못
마땅했지만 동생의 선택을 믿기로 하였는데, 얼마전에 결혼을 한 것이다.

그런 동생댁이 시댁에서 첫 추석을 지내고 친정으로 갔다. 그런데 동생댁은 친
정에서 하룻밤을 자고 아침밥을 먹기도 전에 일찍 시댁으로 왔다. 몇 달 전만 해
도 친정집에서 편하게 지냈을 텐데 결혼했다고 신경써서 시댁으로 아침 일찍
온 것을 보니 기특하면서도 안쓰러웠다.

시집 온 여자들이 대부분 다 그러겠지만 작디 작은 동생댁의 그 모습을 보니 애
틋한 마음이 더 했다. 그동안 마냥 어리게만 보이고 무엇하나 제대로 할 수 있을
까 싶었는데 그것은 쓸 데 없는 걱정이란 것을 느꼈다. 그러면서도 내 마음에
서 동생을 훌훌 털어내지 못했다. 나와 같은 닭띠에 또 내 생일에 태어난 남다
른 의미의 동생이었고, 어렸을 때 돌보는 일도 내 몫이 제일 컸던 막내동생이어
서 늘 마음에 남아 있었다.

그리고 며칠 후 생일날, 동생이 공연하는 연극을 보고 동생 집으로 가면서 공연
히 설레기까지 했다. 아무 것도 기대하진 않았다. 그런데 그 작은 손으로 생일상
을 차린 것만 해도 기특한데 음식이 한 상 가득했다. 제대로 음식을 배울 시간
도 없었을 텐데 음식마다 맛이 있었다. 특히 미역국은 내가 그 동안 먹어본 중
에 제일 맛이 있었다. 난 마치 며느리에게 융숭한 대접을 받은 시어머니처럼 흐
뭇하였다. 동생에 대한 모든 걱정이 비로소 사라졌다. 시댁 식구 첫 식사 대접이
라 얼마나 신경 쓰고 허둥거렸을까 생각하니 동생댁의 예쁜 얼굴이 더 예뻐 보이
면서도 안쓰러워 꼭 껴안아주었다.

그 일 이후 동생댁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이 생기고 믿음이 차 올랐다. 동생
이 결혼을 하고 나니 무엇보다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동생 혼자 있을 때처럼 반
찬해서 갖다주는 번거로움도, 이불 빨래 신경쓰는 일도, 혹시 돈 없어 밥이나 제
대로 잘 먹는지 하는 온갖 걱정거리인 내 고민을 모두 해결해버린 사실은 예쁜
동생댁이었던 것이다. 동생댁을 싫어하거나 미워한적은 없었지만 흡족하게 생각
하지 않았던 마음이 달라진 것을 보니 ‘예쁨도 미움도 다 제 하기 나름’이라던
어른들 말씀이 새삼 피부에 와 닿았다.

반듯한 집안의 딸답게 마음이 착하고 야무지며, 문학을 전공한 아이답게 글도
잘 쓰는, 많은 장점을 가진 것이 동생댁의 참 모습이었다. 눈에 보이는 몇 개의
단점에 쌓인 외형보다는 내면을 바라봐 줄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은 나이 탓만
은 아닐 것이다. 가난한 연극배우인 동생의 ‘새 인생의 동반자’로서 앞으로 어려
움이 많을 것을 생각하니 한없이 안쓰럽기도 하고 사랑스럽기도 하는 동생댁에
게 이제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는 것 같다. 단지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도록 조용히 기도하고 곁에서 지켜 봐주는 것 뿐 이라는 것을 차오르는 기
쁨과 함께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