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일기) 수석교사제??? 수석교사제!!!

제 목
(교육일기) 수석교사제??? 수석교사제!!!
작성일
2000-07-25
작성자

김경아(천리안 chamnim, 00 초등학교 교사)

저는 처음에 수석교사제를 찬성했던 사람입니다. 원 취지인 ‘평교사의 입지를
강화하고 승진의 폭을 넓혀 교장, 교감 같은 관리직이 아닌 수업을 하는 교사로
서, 더욱 연구하여 다른 많은 교사들의 수업에 적용될 모델을 만들고 방향을 제
시하는 역할을 하고, 그에 상응하는 연구비와 연구 시간을 부여받는 교사가 수석
교사라고 믿고 괜찮은 제도라고 생각했습니다.

초과수업수당이 확보되고 학년 전담 연구팀이 만들어지고 수석 교사의 지원 아
래 수업의 내실화를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했던 저의 꿈은 정말 이 나라 교육
정책가와 관료 사회를 너무나 몰랐던 저의 무지의 소치였습니다.

이런 꿈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몇 년 간의 제도적 장치와 재원 확보가 선행되어
야 하고 다각적이고도 치밀한 현장 적용의 검토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런데 교
육부는 위와 같은 관점이 아니라 현재 상태 그대로에서 점수 경쟁을 통해 수석교
사를 뽑고 그 대우는 부장교사보다 높은 직책으로 평교사들의 수업을 장학하고
지도 관리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교장, 교감 외에 현재의 관리자로서의 하수인
을 더 둔다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또한 40대 교장론을 내세워 경력보다는 연수점수, 실적점수, 대학원 이수 등의
점수화된 수치로만 자격을 검증하니, 교단에서는 승진을 꿈꾸는 교사들은 아이
들 수업은 뒷전이고 시간과 돈을 연수와 실적에 쏟아 붓고 40대에 교장이 되어
재임용되려면 교사들을 닦달하고 또다시 연임을 하고 그러고도 탈락하면 수석교
사로 재임용될 수 있습니다. 즉, 관리자가 더 빨리 되고 오래 해 먹을 수 있는
방편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교장 교감은 보직제가 되어 현재의 연구, 교무부장처럼 다시 평교사를 할 수도
있게 하여 교육청에 잘 보이기 위한 실적 쌓기가 아닌, 아이들과 교사를 아우르
는 역할을 하든가 그도 아니면 외국처럼 행정 업무만 맡게 하든지 해서 교사의
수업에서부터 모든 일거수일투족을 감시 감독하는 지금의 모순은 없어지도록 해
야 할 것입니다.

유자가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더니 괜찮은 제도도 왜 교육부만 거치면 이상
하게 변질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수업장학을 못 받아서 수업을 못 합니
까? 잡무에, 밀리는 공문에 시달려서 수업연구할 시간도 없는데 수석교사가 수업
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그 수석교사가 맡아야 했을 수업과 업무마저 다른 평교
사에게 돌아올 일이 자명하다면 이것은 승진 못하면 일에 치어 죽어도 상관없다
는 말입니까.

아니면 아이들은 나몰라라하고 틈나는 대로 위로부터 인정받을 공부만 하라구
요. 도대체 무얼 더 공부하라구요. 교육이론은 더 이상 연구할 필요가 없다고 생
각합니다. 저는 대학 시절 존듀이의 책을 보고 어찌 이렇게 다른 시간 다른 공간
의 인물이 이토록 공감하는 이론을 세웠을까 감탄했습니다. 교육은 실천의 문제
이지, 책을 파고드는 게 다가 아닙니다. 몇십 년간 그렇게 많은 연구물들이 쌓
여 왔는데 이론대로라면 현장이 그 영향을 받아 일신우일신 발전하고 아이들이
점점 더 나은 교육을 받아야 하지 않습니까. 지금 어디 그런가요.

아이들에 대한 교육 효과가 일 년에 판가름날 수 있습니까. 교사들을 한 줄로
승진줄에 세워서 아이들에게 좋을 일이 무엇인가요. 개인 점수 계산하기 바쁜 교
사가 언제 마흔 명이 넘는 아이들을 제대로 보살피겠습니까. 준비하지 않은 수업
은 어떻게든 표시가 납니다. 업무에 치이면 그 파장이 어디로 갈까요. 아이들만
불쌍하게 됩니다. 지금 태어나는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갈 즈음엔 수업에만 전념
할 수 있는 교직 풍토가 될까요.

(조선 시대) 유학이 왜 망했는지 모르나요. 서민 생활과 무관한 학문에만 매달
리니 현실과 이론의 괴리는 점점 더 벌어지고 말미에서야 실학운동을 불러왔지
않습니까. 연구에 증진하시는 분들께는 정말 죄송하지만 교육대학원의 이론들,
현장 연구 논문들이 서른 시간에 가까운 수업과 각종 업무에 치이면서 그 논문
을 완성했다면 초인이라 부를 수밖에 없습니다. 한 십 년만 아이들과 멀어지고
작정하고 점수를 모으면 못할 사람 없겠지요. 시간과 돈만 있으면 자격 얻을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저는 교총과 원수진 일이 없습니다만 교총에서(간부들이 거의다 학교관리자의
신분이기 때문에) 환영하는 발표를 내는 것을 보면 천불이 납니다. 수석교사가
생기면 누가 가장 좋을까요. 무슨 연구물이라고 내야 하는 교감 입장에서는 맡길
만한 교사 물색할 필요없이 다 수석교사에게 밀면 되겠군요. 수석교사는 평교사
의 수업을 돕는 것이 아니라 교감의 연구 업무를 떠맡거나 지도안을 결재하거나
이제껏 관리자들이 하던 수업 장학을 한다고 돌아다닐 것입니다. 즉 시어머니가
둘에서 셋, 넷이 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입니다.

연금도 바닥이 날만큼 돈이 없는데 언제 교사의 처우를 중견기업 수준까지 올려
준단 말입니까. 경력 8년째인 제 연봉이 이천이 안 되는데 올해 입사하는 막내
의 초봉이 이천이랍니다. (공부는 제가 더 잘 했었는데 ㅠ.ㅠ) 교원 인건비에 할
당되는 예산은 한정되어 있는데 그걸 전체 교사에게 돌리지 않고 수석교사에게
몰아주는 것은 무얼 의미하는 것입니까. 누가 무명교사를 예찬한다 했는지 우리
나라에서는 해당되지 않는 노래군요. 아무튼 아이들이 좋아서 교직을 선택한 사
람들에게는 나날이 힘든 일만 생깁니다. 그려. (* 천리안 교사 동호회에서 퍼왔
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