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교육을 바로 잡아야 선진국으로..

제 목
(칼럼) 교육을 바로 잡아야 선진국으로..
작성일
2001-03-27
작성자

성민선(가톨릭대 교수)

우리 국민의 교육열이 높은 것은 세계가 알아주는 일이다. 미국에 이민을 간 한
인 후세들이 타 소수 민족에 비해 높은 성취를 보이고 사회의 주류에 쉽게 편입
되는 현상에 대해 미국인들은 한국인들이 두뇌도 좋고 동양적인 가족관에 따라
온 가족이 자녀들의 교육에 헌신적이며 자녀들 역시 부모들에게 효도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기 때문으로 보는 것 같다.

그러나 이런 일, 즉 아메리칸 드림이 가능한 것은 무엇보다도 미국 사회가 가진
교육 제도와 교육 환경이 우리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라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누구나 균등한, 인간 중심의, 높은 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
초적인 토대가 건국 초기부터 확립되어 있었던 것이고, 교육적 환경을 만들기 위
한 사회의 부단한 노력이 이어져 왔던 것이다.

놀랍게도 미국 교육의 아버지는 3대 대통령 토마스 제퍼슨이라 한다. 그는 나라
를 건국하면서 유명한 정책을 택하였으니, 그것은 바로 도시 계획으로 마을을 세
우면서 법령으로 학교 부지를 먼저 정하게 하여 학교를 세우게 하였고 도시 마을
마다 도서관을 짓게 한 것이다. 미국 교육의 발전을 말할 때 인용되는 또 한 사
람의 공로자는 카네기 재단을 만든 기업가 카네기이다. 그는 미국 전역에 약 2
천 개에 달하는 대형 도서관을 세웠다고 한다. 미국인들은 나라의 미래는 교육
에 달려 있음을 간파하고 나라 건국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결같이 교육에 대
한 원대한 비전과 계획 속에 이상적인 사회를 만들어 온 것이다.

요즘 들어 비교적 젊은 세대의 부모들이 자녀 교육 때문에 해외로 이민을 떠나
는 것을 보면서, 과거부터 지금까지 누구라 할 것 없이 특권층에 있는 사람들이
자녀 교육을 해외에서 시킴으로서 국내의 문제들을 피해나갔던 근시안적인 결과
가 오늘 날 우리의 교육 발전을 더욱 지체시킨 이유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한
다.

한 때 교육 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언했었던 대통령이 있었고, 현재의 대통령은 교
육 예산을 GNP의 6%까지 올리겠다고 공약했었지만, 실현된 것은 없다. 교육부가
교육인적자원부로 바뀌었고 이상적인 학교를 시범적으로 운영하겠다는 발표가 있
었지만, 과연 거기에 기대를 거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지 의심스러울 뿐이다. 학
교에 계신 선생님들을 만나면 어찌도 그렇게 한결같이 가정에 책임을 전가하는
지 경이로울 지경이다. 학교가 이미 학생 통제와 교육의 능력을 상실했음을 솔직
히 실토하는 분들을 만나면 오히려 그 분들에게서 희망이 느껴질 정도이다. 반
면 학부모들은 아마 학교나 사회의 책임을 더 먼저 묻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이
렇게 우리는 내 탓보다는 남의 탓을 찾고 서로를 불신하며 허송세월을 보내왔
다.

나는 교육 문제의 정상화를 앞당기지 않는 한 선진국 진입도 앞당길 수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게는 우선 유능한 지도자의 역할이 필요하다. 미국의 토마스 제
퍼슨 대통령이나 카네기 같은 지도자들이 우리 사회에도 등장해야 한다. 두 번
째는 나라의 우선 순위를 재정립하여 문자 그대로 교육을 백년대계로 삼는 일에
국민적 합의와 지혜를 총집결하고 우수한 인재들이 교육 정책 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폭넓은 국민적 기구를 만드는 일이다. 앞으로 다가올 통일 후의 교육 문
제와 관련해서도 이런 기구는 더욱 필요하리라고 본다.

세 번째는 국민 각자가 스스로 교육 대리인(agent)이 되어 집안에서부터 자녀 교
육을 제대로 시키는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조기 교육은 영재 교육이나 학과
목 교육이 아니라 책임 있고 성숙한 한 인간으로 자랄 수 있는 토대를 어려서부
터 놓아주는 정신 교육, 도덕 교육, 윤리 교육, 질서 교육이다. 끝으로 교육 정
책 또는 사회 복지 정책은 가족과 학교와 사회가 각각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
여 안전하고 평화로운 학교, 인간적인 교육이 이루어지는 학교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광범위하고 통합적,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그 관심을 모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