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간 편하세요?
안녕하세요.
오늘도 어제 받은 답장 하나를 먼저 소개하겠습니다.
이번 편지에 ‘…(하)기 위해’라는 말이 무척 많습디다.
* 국회의원 보궐선거의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선거관리위원회에서
* 조조의 대군을 격파하기 위해 불공격을 계획했는데
* 그 계획을 실천하기 위해 황개라는 장수가 머리를 쓰죠.
*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자기 자신을 먼저
* 어떤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고사성어를 쓰는 것은
* 고사성어를 쓰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의 희생이 있어야
어찌하여 ‘…(하)기 위해’라는 글투를 많이 쓰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우리말이 아닌 것 같습니다.
* 국회의원 보궐선거의 투표율을 높이려고 선거관리위원회에서
* 조조의 대군을 격파하려고(쳐부수려고) 불 공격을 계획했는데
* 그 계획을 실천하고자 황개라는 장수가 머리를 쓰죠.
* 어떤 목적을 달성하려고(이루려고) 자신을 먼저
* 어떤 상황을 설명하려고 고사성어를 쓰는 것은
* 고사성어를 쓰려면 먼저 자기 희생이 있어야
이처럼 고치면 훨씬 우리말답지 않습니까?
저는 이런 말투를 듣고 자랐는데, 글쎄요… 요즘 젊은이들은 어떤지 모르겠습
니다.
맞습니다.
그렇게 고치는 게 훨씬 우리말답습니다.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고맙습니다.
언젠가 위하여, 대하여 따위를 쓰지 말자는 편지를 드린 적도 있는데…
오늘 이야기 시작하겠습니다.
어제 뭐하셨어요?
저는 어머니 모시고 청계산에 다녀왔습니다.
산에 오르지는 못하고 근처에서 맑은 공기 마시며 놀다가 점심때 보리밥 먹고
돌아왔습니다.
어머니가 금요일 병원에 다녀오신 뒤,
“이제 거의 다 나았다니 맘이 놓인다. 신간 편하게 집에서 좀 쉬고 싶으니 다
음 주에 집에 데려다 다오.”라고 말씀하시더군요.
다음 주에 고향에 모셔다 드리면 주말을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어제밖에 없을
것 같아서,
남들 일할 때 저는 어머니와 같이 오붓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어머니 병이 다 나으시니,
어머니만 ‘신간’이 편한 게 아니라 저도 ‘신간’이 편합니다.
어머니, 병을 일찍 물리쳐주셔서 고맙습니다. ^^*
흔히,
마음이 편하다고 할 때 “신간 편하다”고 하는데,
이때는 ‘신간’이 아니라 “심간 편하다”라고 해야 합니다.
본래 심간(心肝)은
“심장과 간장을 아울러 이르는 말”로
그는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심간에 다 병이 생겼다처럼 씁니다.
이 말이 발전해서 지금은,
“깊은 마음속”이라는 뜻으로 쓰입니다.
여러 가지 일로 심간이 편치 못하여…처럼 쓰죠.
아직까지는 ‘심간’과 ‘편하다’는 별개의 낱말이므로 띄어 써야 합니다만,
‘심간편하다’처럼 붙여 써도 좋을 만큼 많이 쓰는 낱말이다 보니,
아마도 국립국어원에서 2008년에 새 사전을 만들 때는 올림말로 올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편지입니다.
오늘은 어제 ‘위하여’를 너무 많이 쓴다는 꾸중을 들어서 그와 관련 있는 내용
으로 골랐습니다.
[위하여, 대하여, 인하여, 통하여]
우리글을 다룬 여러 가지 책을 보면,
한결같이 ‘위하여, 대하여, 인하여, 통하여’는 일본말 표현이니 가능하면 쓰
지 말라고 나와 있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인하여’는 ‘- 때문에’로 고쳐씁니다.
그러나 ‘위하여, 대하여, 통하여’는 마땅히 고칠 말이 없더군요.
그래서 국립국어원에 알아봤습니다.
먼저, 제가 보낸 질문>
안녕하세요.
‘위하여, 대하여, 통하여, 인하여’는 일본어투로 알고 있는데 맞나요?
일본말이라면,
우리말로 어떻게 바꾸는 게 좋을까요?
‘인하여’는 ‘-때문에’로 바꾸면 될 것 같은데,
‘위하여, 대하여, 통하여’는 어찌 바꿔야 할지…
고맙습니다.
국립국어원 답변>
‘위하다’, ‘대하다’, ‘통하다’, ‘인하다’가 일본어라는 확실한 근거는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은 각각 한자 ‘爲’, ‘對’, ‘通’, ‘因’ 등
에 ‘-하다’가 결합한 것으로, ‘위하여’, ‘대하여’, ‘통하여’, ‘인하
여’와 같이 활용하는 형태입니다. 이들 중 ‘인하여’, ‘대하여’, ‘위하
여’ 등은 1447년의 <석보상절>과 같은 중세 문헌에서도 그 보기가 보이고 있으
므로 이것이 일본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예문은 아래와 같습니
다.
내 아기 위야 어더 보려고 婆羅門이<석보상절(1447)>
菩薩 위샨 阿*多羅 因샤 육바라밀법을 니 샤<석보상절(1447)>
애 안자 반상을 對여서 먹디<소학언해(1586)>
구완은 후적의게 통야 구을러 서로 급인며<명의록언해(1777)>
위와 같은 답변이 왔네요.
도대체 누구 말이 맞는지…
그래도 저는 개인적으로 ‘인하여’는 쓰지 않으렵니다. 왠지 찜찜해요.
‘위하여, 대하여’는 마땅히 바꿀 말이 생각나지 않아서 일단은 그냥 쓰고,
‘통하여’는 안 써도 될 말 같아서 안 쓰고…
여러분은 알아서 하세요.
참고로,
임태섭, 이원락 님이 쓴 ‘보도언어론’이라는 책에 보면,
영어 전치사와 일본식 조사의 영향을 받은 표현,
① ‘-에 의하여, -의해서, -에 의하면’, ‘-로 인하여’, ‘-를 통하여’
② ‘-에 있어서, -에게 있어서’
③ ‘-의, -와의, -과의, -에의, -에서의, -로의, -로서의’
④ ‘-(으)로부터’
⑤ ‘다름 아니다’
로 나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