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주검이 됐습니다
안녕하세요.
드디어 국정감사가 끝났습니다.
국정감사를 받는 모든 기관이
국정감사 몇 달 전부터 거의 모든 일을 멈추고 국정감사만 준비하다시피 합니
다.
할 말은 많지만,
우리말편지를 받는 분 중에는 국회의원도 몇 분 계시기에 국감 필요성 이야기
는 하지 않겠습니다.
국감이 끝난 뒤,
어젯밤에는 오랜만에 넥타이를 머리에 두르고 흔들어 대며 놀았습니다.
좀 더 나가면 죄없는 화장지를 두르고 노는데…^^*
지난 몇 달 국정감사를 준비하느라 거의 초주검이 됐으나,
이제 정신을 좀 차리고 제 일을 해야겠습니다.
흔히,
몹시 피곤해 거의 다 죽게 된 상태를 말할 때,
‘초죽음’이 되었다고 하는데,
이것은 ‘초주검’을 잘못 쓴 겁니다.
초주검(初–)은
“두들겨 맞거나 피곤에 지쳐서 거의 다 죽게 된 상태.”를 뜻하는 낱말로,
초주검을 면하다, 누군가를 시켜서 초주검이 되도록 두들겨 패고…처럼 씁니
다.
‘초죽음’은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올라있지 않고,
일부 사전에 “거의 죽게 된 상태”라는 뜻으로 올라있는 경우는 있습니다.
(야후 인터넷 사전에 올라있네요.)
‘초죽음’을 표준어로 보더라도 ‘초주검’과는 뜻이 조금 다릅니다.
국감이 끝났으니 초주검이 된 제 몸을 추슬러 정신부터 좀 차려야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너무 이쁘고 여성스럽다]
며칠 전 텔레비전 오락 프로그램에서 본 건데,
한 아리따운 아가씨가 나오자,
그를 본 남자 연예인이,
“우와~~~ 너무 이쁘시네요”라면서 호들갑을 떨더군요.
시간이 좀 흘러, 그 아가씨가 수줍게 웃자,
“우와~~~ 너무 여성스럽네요”라면서 떠벌리는데…
방송에서 이것저것 떠벌리는 연예인들은 국어교육 좀 받고 나와야 합니다.
그 사람들은 쉽게 지껄이지만, 그것을 듣는 학생들은 그게 다 맞는 말인 줄 알
거든요.
앞에 보기로 든, 두 마디에서도 틀린 게 세 개나 됩니다.
먼저,
언젠가 우리말 편지에서 말씀드렸듯이,
‘이쁘다’라는 낱말은 사전에 없습니다.
‘예쁘다’가 맞습니다.
“제 딸 지안이는 참 예쁩니다.”처럼 씁니다.
둘째,
‘너무 예쁘다’라는 말은 욕입니다.
‘너무’는 부사로,
“일정한 정도나 한계에 지나치다”라는 말입니다.
너무 크다/너무 늦다/너무 어렵다/너무 위험하다/너무 조용하다/너무 멀다처럼
쓰죠.
아리따운 아가씨에게 ‘너무 예쁘다’라고 하면,
“너는 그 정도로 예쁘면 안 되는데, 네 수준 이상으로 예쁘다”라는 말이 되어
버립니다.
당연히 욕이죠.
“너무 예쁘다”가 아니라
“참 예쁘다” 또는
“무척 예쁘다”라고 쓰셔야 합니다.
셋째,
“여성스럽네요”라는 말도 욕입니다.
‘-스럽다’는,
“‘그러한 성질이 있음’의 뜻을 더하여 형용사를 만드는 접미사”입니다.
여자가 여성다운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요?
남자가 여자처럼 간들간들하고 귀여울 때 쓰는 말이,
‘여성스럽다’라는 말입니다.
여자가 남자처럼 우락부락하면 그건 남성스러운거죠.
따라서,
이 남자 연예인처럼,
여자에게 ‘여성스럽다’고하면
‘실은 너는 남자인데, 여자처럼 보인다’라는 말밖에 안 됩니다.
이게 욕이 아니고 뭐겠어요.
오늘은 내용이 조금 길었네요.
내일부터는 짧게 쓰도록 노력할게요.
오늘도 많이 웃으시는 기억에 남는 하루 보내세요.
보태기)
떠벌리다 : 이야기를 과장하여 늘어놓다. 자신의 이력을 떠벌리다/아직 입 밖
에 한 번도 낸 적이 없는 이 말을 팔기는 기어이 참지 못하고 떠벌리고 만다.
떠벌이다 : 굉장한 규모로 차리다. 그는 사업을 떠벌여 놓고 곤욕을 치르고 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