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여가 아니라 이바지입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농촌진흥청 종합보고회 날입니다.
올 한 해 우리나라 농업을 발전시키고자 열심히 뛰고 밀었던 일들을 되돌아보
는 자리죠.
여러 도에 있는 도 농업기술원과 시군에 있는 농업기술센터 직원들까지 다 모입
니다.
수천 명이 모여 올 한해를 되돌아보고, 일을 잘한 사람에게는 상도 줍니다.
저는 상을 하나도 못 받지만,
제 손으로 준비한 상이 수십 개네요. ^^*
상에 보면 거의 다
“…에 기여한 공이 크므로…”라는 월(문장)이 들어갑니다.
여기에 쓴
‘기여’는 일본말 찌꺼기입니다.
일본에서는 寄與라고 쓰고 きよ[키요]라고 읽습니다.
국립국어원에서 만든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이 말을 다듬은 낱말이 올라있지 않지
만,
‘행정순화용어’에는 들어있습니다.
‘이바지’로 바꿔놨죠.
기여보다는 이바지가 더 낫지 않아요?
‘행정순화용어’는 행자부와 문화관광부에서 일본말 찌꺼기를 걸러내고자 다듬
은 낱말입니다.
당연히 행정부서에서는 기여라고 쓰면 안 되고 이바지라고 써야 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쓰지 않는다고 해서 누가 잡아가는 것이 아니라서…
그렇다고 월급을 깎는 것도 아니고…
이번 농촌진흥청 종합보고회 때 주는 상 가운데
제가 만드는 상장에 들어있는 ‘기여’는 모조리 이바지로 바꿔버렸습니다.
“…에 기여한 공이 크므로…”를 “…에 이바지한 공이 크므로…”로 바꾼 거
죠.
그나저나,
저는 언제나 “…에 이바지한 공이 크므로…”하는 상장 위에 제 이름을 올려
보죠?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늦장/늑장]
어제는 너무 늦게까지 흘러가는 시간을 붙들고 몸부림을 쳤더니,
아침에 늦잠을 자고 말았네요.
어젯밤에 총알택시를 타 봤는데요.
정말 무섭더군요.
이외수 님이 쓴 감성사전에 보면,
총알택시는 “승객과 기사를 장약하여 죽음을 향해 발사되어진 지상용 교통미사
일”이라고 했는데,
어제 제가 탔던 택시가 딱 그짝이었습니다.
휴… 다행히 지금까지 살아 있네요.
늦게 잠자리에 든 데다, 피곤하기도해서
잠자리에서 좀 뭉그적그렸더니,
출근이 평소보다 조금 늦었네요.
오늘은 저처럼 일어나기 싫어서 꾸물거리는 태도나 행동을 말하는
‘늑장부리다’를 좀 알아볼게요.
“느릿느릿 꾸물거리는 태도”는 ‘늦장’일까요, ‘늑장’일까요?
뉴스에서 자주 나오는,
“공무원들의 늑장 대처로…어쩌고 저쩌고…”
여기서 ‘늑장’이 맞는지 ‘늦장’이 맞는지…
늦게 대처한 일을 말하는 것이므로, 늦장이 맞을 것 같기도 하고…
결론은 둘 다 맞습니다.
표준어 규정에 따르면 ‘늑장’과 ‘늦장’은 복수 표준어입니다.
그럼
‘늦장’과 ‘늑장’은 뜻이 같을까요?
학자에 따라서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만,
국립국어원 표준국어사전과 야후 국어사전, 한컴사전에는 동의어라고 나와 있습
니다.
다만, 제가 알기로,
1980년대 말까지는 ‘늑장’이라는 말만 있고, ‘늦장’이라는 낱말은 없었습니
다.
‘늦장’은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최근에 사전에 올라간 낱말입니다.
어떻게 사전에까지 올라가게 되었는지는 몰라도,
사전에 올라가 있는 이상, 표준어죠.
어쨌든,
‘늦장’과 ‘늑장’ 모두 표준어입니다.
늑장부리다 퇴근 늦게 해서 집에서 혼나지 마시고,
오늘은 빨리 들어가세요.
주말 잘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