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수업-기존 만화에 말 써넣기(또는 상상하여 글쓰기)

제 목
열린수업-기존 만화에 말 써넣기(또는 상상하여 글쓰기)
작성일
2000-06-11
작성자

요즘 신문에 7-8칸짜리 만화가 많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원 만화에 있는 말을
?지우고 제목도 지운 뒤, 학생들(개인, 또는 모둠)에게 말을 써넣게 하면 학생들
?이 아주 재미있어 합니다.
?
? 또는 원 만화의 마지막 칸에 있는 그림과 글자만 지운 뒤, 상상하여 그려 넣게
?하거나 글로 쓰게 하여도 좋습니다. 다음에 있는 것은 그런 식으로 응용한 수업
?예입니다. 어느 분이 하신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이분이 응용한 수업 사례 두 개
?를 묶어서 자료실에 올려 놓겠습니다.
?——————————–
?빛깔 있는 글쓰기 수업 하나
?
? 상상하며 글쓰기
?
?
?※ 아래의 만화를 먼저 꼼꼼히 읽으십시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을 상상해 보세
?요.
? 특히 ‘아내의 응원’이라는 만화의 제목에 유의하면서 빈칸에 그림을 한번 그려
?보세요. 신문을 보고 있던 남편이 왜 놀랐을까요?
?
?
?
? 아, 여러분들의 그림이 무척 참신합니다. 신문에 아내가 남편을 응원하는 글
?을 투고했다는 학생도 있고, 신문의 백화점 세일 광고에 통가죽 벨트를 1,000원
?에 팔고 있어서 놀라고 있다는 학생도 있군요. 그리고 아래의 만화가의 실제 그
?림처럼 그 통가죽 벨트를 팔고 있던 사람이 다름 아닌 아내였다는 학생도 있군
?요.
?
?
?
? 과연 남편은 아내에게 아는 척 할까요? 지금 남편의 심정은 어떨까요? 아내
?는 요즘 퇴근할 때면 축 쳐진 남편의 어깨를 보면 벨트 장사를 할 결심을 했겠
?죠. 요즘 아내의 마음은 어떨까요? 남편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은 없을까요?
?
? 자, 이제 남학생들은 남편의 입장에서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를 써 보고, 여학
?생들은 아내의 입장에서 남편에게 보내는 편지를 써 보도록 합시다.
?
?
?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
?
? 3학년 3반 안태현
?
? 여보야, 오랜만이다. 이렇게 당신에게 글을 써 본지도 어느새 10년이 다 되어
?간다. 그래도 그땐 가벼운 마음으로 글을 썼지만, 지금은 정말이지 당신에게 쑥
?스럽고 미안한 마음밖에 없다. 나 오늘 회사에서 당신에게 전화했었어. 그런데
?전화를 받지 않아서 속으로 얼마나 욕했는지 몰라. 나는 요즘 너무 힘들었어. 회
?사에서 감원 당하면 우리 집은 이제 어떻게 사나? 그래서 짜증도 많이 났었고,
?화도 많이 났어. 난 당신이라도 내심 내게 힘이 되주었음 했는데, 당신이 나에
?게 정말 무관심한 줄 알고 얼마나 서운했는지… 그런데 난 오늘에서야 알았다.
?내 뒤에는 정말 세상 누구보다 든든한 빽이 있다는 걸. 그게 누군 줄 알아? 바
?로 당신이야. 고마워.
? 이제 솔직히 다 말할께? 말 돌리기도 참 어렵다. 지하철에서 나 당신 봤어.
?솔직히 당신을 봤는데 얼굴을 쳐다 볼 수 없었어. 그래서 신문으로 얼굴을 가렸
?지. 그땐 화가 정말 많이 났었거든. 그런데 집에 오면서 많이 생각했는데, 역시
?당신은 날 위해 그랬다는 걸 깨달았어. 당신은 내성적이라서 사람들에게 말도
?잘 시키지도 못하면서, 무슨 생각으로 그 일을 시작한 거야. 정말 미안하구. 고
?맙구. 눈물이 날 지경이다.
? 처음 결혼할 때 생각나, 당신? 내 생애에서 제일루 행복한 날이었지. 그땐 당
?신에게 나만 믿으라고, 내가 평생 책임지고 당신 행복하게 해줄 거라고 다짐했는
?데… 결국은 이렇게 됐네. 내 자신이 정말 싫다. 원망스러워 능력없는 내가.
? 여보 힘들지. 남편이라고 매일 구박만 하고, 잘 해 준 것도 없는데 열심히 살
?아줘서 정말 고마워. 오늘 지하철에서 당신의 모습을 보고 난 새롭게 마음을 먹
?었지. 감원당하더라도 항상 ‘감사합니다’라는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제가 하겠
?습니다’라는 봉사의 마음으로 일을 다시 시작할 것이고, ‘죄송합니다’라는 화해
?의 마음으로 일을 풀어 나가며, 사회에서 인정 받는 내가 되고 싶어. 그래서 우
?리 가족 모두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며 살고 싶어.
? 여보, 세상엔 돈 많고, 재력있는 사람이 인정받지만, 그 사람들이 다 행복한
?건 아니다. 너무 우리 돈타령 말고 열심히 살자. 항상 남들이 우릴 볼 때 ‘아!
?저기 저 가족들은 항상 웃음을 잃지 않고 열심히 행복하게 사는 거 같아요’ 이
?런 소리를 들으면서 살자. 우리 서로 힘들 때 항상 이끌어 주며 한 발자국씩 천
?천히 올라가자.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멈추지 말자. 약속이다.
? 여보! 오늘은 정말 내 생애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날일 거야. 내 인생을 다시
?시작하는 날이기 때문이지. 당신 덕분이야. 당신의 그 모습이 나를 일깨워 준
?거 같애. 우리 처음 시작하는 맘으로 새롭게 시작하는 거야. 알았지?
? 여보 고마워. 그리고 이건 진짜 진짜 진심인데 하느님이 ‘넌 세상에서 제일 소
?중하게 생각하는 게 무엇이냐’고 물으면 당신이라고 할 꺼고 ‘제일 사랑하는 사
?람이 누구냐’고 물어도 당신이라고 할꺼야. 여보 사랑해.
? 못난 남편이
?PS. 이렇게 글을 쓰고 나니까, 정말 속 시원하다.
?
?
? 남편에게 보내는 편지
?
? 3학년 3반 김은경
?
?사랑하는 당신에게
? 여보, 요즘 어려운 시대에 당신 혼자서 고생이 많지요. 당신의 축 쳐진 뒷모습
?을 바라보는 제 마음은 너무 슬프답니다. 퇴근 시간인데도 회사일이 많다며 12시
?가 넘어서야 들어오는 당신이지만 아이들의 재롱에 못이겨 웃어주시는 당신. 당
?신의 따뜻한 보살핌에 우리 아이들은 씩씩하고 이쁘게 잘 지내고 있는데, 저희
?식구들이 당신을 위해서 해드린 것이 하나도 없네요. 아내로서 당신에게 따뜻한
?말 한 마디 제대로 해드리지 못했네요.
? 당신은 이런 제가 많이 미웠지요. 얼마 전 오빠에게 전화가 와서 당신 회사가
?많이 힘들고 명예퇴직이 많아 당신이 힘들 거라고 하셨어요. 오빠 말이 맞아요.
?아내로서 당신 하나 생각하지 못한 내 마음도 무거웠답니다.
? 한번도 술에 취한 모습으로 돌아오신 적이 없던 당신이, 며칠 전 밤에는 술에
?취한 모습으로 돌아오셔서 아이들과 제 볼에 뽀뽀를 해 주시고는 방으로 들어가
?주무실 때, 깨어도 일어나지 못하고 하시던 당신의 잠꼬대가 생각납니다. 미안하
?다며, 당신을 아이들과 어머님 때문에 고생만 시켜 미안하다며, 당신에게 잘 해
?준 것이 없이 미안하단 말만 되풀이하시는 당신의 얼굴을 전 쳐다 볼 수 없었어
?요.
? 여보, 조금은 힘들겠지만 저와 당신이 함께 벌면 언젠가 좋은 시절이 오겠지
?요. 사실 지하철에서 가죽 벨트를 팔다가 신문으로 얼굴을 가린 당신을 보았어
?요. 당신 저를 나무라지 마세요. 당신에게 조그마한 힘이 된다면 저는 뭐든지
?할 수 있어요.
? 늘 부족한 저는 당신에게 사랑한단 말조차 한 적이 없군요. 하지만 전 당신을
?믿어요. 당신에게는 당신을 사랑하는 어머님과 아이들, 그리고 못난 저가 있잖아
?요. 항상 당신이 아이들에게 말한 것처럼 자신의 일에 용기를 갖고 항상 감사하
?면서 우리 살아요.
? 여보, 지금까지 당신에게 한 마디 해 보지 못한 말이 있어요. 당신이 힘들고
?어둠에 지쳐 있을 때, 먼 곳에서 저 역시 당신처럼 힘들고 어둠에 지쳐 있을 거
?예요. 당신을 믿는 만큼 당신을 사랑해요. 그리고 전 누구보다 당신을 믿어요.
?당신이 고생하신 만큼 나중에는 큰 행복이 올 거예요. 우리 참고 기다려봐요. 항
?상 당신 겉에 가족이 있으니깐 힘드시면 가족에게 기대세요. 가족은 당신을 위
?해 존재하고, 당신은 가족을 위해 존재하니까요.
? 그리고 힘드시더라도 꼭 밥 챙겨 드세요. 안 드시면 절 사랑하지 않는 걸로 알
?겠어요. 여보 힘내세요. 당신 겉에 항상 제가 있잖아요. 여보, 우리 힘들어도 웃
?으면서 서로 대화도 하고 즐겁게 살아요. 홀로 계신 어머님, 사랑하는 아이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요. 당신 얼굴에 웃는 모습을 오늘은 꼭 보고싶네요.
? 여보! 사랑해요.
? 당신을 사랑하는 아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