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귀족학교인가? – 자립형 사립 학교라니….-김용택
이름 : 김용택 ( ) 날짜 : 2000-07-25 오후 1:18:05 조회 : 121
김용택 (마산여고 교사)
대통령 자문지구인 새교육공동체위원회(새교위)가 2002년부터 ‘학교 스스로가 학생과 교사를 선발하고 교과과정을 운영하며 수업료도 따로 매기는 자립형 사립고등학교’를 만들어야 한다고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새교위는 획일적인 교육 체제를 탈피하고 학교에 자율의 범위를 확대하기 위해서 자립형 사립학교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새교위의 자립형 사립학교 도입 주장에 대해 전교조를 비롯한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는 자립형 사립학교의 도입은 모든 학생들이 받을 수 있는 질 높은 교육권을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차별화하는 불평등 교육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자립형 사립학교 도입은 절대로 도입해서는 안 된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자립형 사립학교가 도입되면 어렵사리 정착되고 있는 평준화 교육은 또다시 입시 과열 경쟁을 불러 와 부익부, 빈익빈 현상과,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으로 허덕이게 되고 공교육의 황폐화를 앞당길 것이라는 주장이다.
재단 전입금이 평균 3%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 우리 나라의 사학이다. 전체 929개 사학 중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지 않는 사립학교는 6%에도 미치지 못하는 58개 학교뿐이다. 이 58개 사학조차도 학부모들로부터 학교발전기금이나 다양한 형태의 갹출금, 기간제 교사 채용 등으로 메꾸고 있는 실정이다. 획일적인 교육을 극복하기 위해 몇 개의 사립학교만 자율성을 부여하겠다는 새교위의 발상은 공교육 정상화의 포기 선언이나 다름없다.
그렇지 않아도 ‘외국인 학교에 내국인 학생의 입학을 허용하고 내국인에 대한 외국인 학교의 설립 허용, 외국인 학교 졸업생의 학력을 인정하겠다는 교육부의 ‘외국인 학교 제도 개선안’으로 정부의 교육개혁 정책에 의구심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새교위의 자립형 사립 학교 설립 구상은 청천 벽력이 아닐 수 없다.
자립형 사립학교라는 일종의 새로운 명문 학교의 설립계획은 즉각 중단해야 한다. 새교위가 구상하고 있는 명문고등학교가 설립되면 중학생뿐만 아니라 초등학생들까지 과외 열풍에 휘말려 학부모들은 또다시 천문학적인 사교육비 부담을 안게 될 것은 물론 고등학교의 서열화를 가속화시켜 공교육은 회생불능의 상태로 치닫고 말 것이다.
영국에서는 중등학교의 7%가 사립학교 학생인데, 옥스퍼드나 캠브리지 신입생의 50%가 사립학교의 졸업생이라고 한다. 연간 2500만원이 넘는 공납금을 내는 영국의 이튼학교에까지 자녀를 유학시키는 우리 나라 학부모들은 자립형 사립학교라는 명문학교를 설립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우리는 지난 시절 일년에 수백 명의 학생들이 성적 때문에 자살하고 천문학적인 사교육비 부담으로 학부모들이 파출부로 접대부로 나가던 아픈 과거를 잊지 않고 있다. 우리의 공교육이 위기를 맞고 교육이 획일화 된 것은 국가가 국정교과서를 만들고 교육과정을 정하여 교사나 학교가 할 수 있는 자율성을 철저히 봉쇄해 왔기 때문이지 명문학교가 없었기 때문이 아니다.
공교육의 정상화는 시급하고도 절실하다. 그러나 교육의 황폐화를 가속화시키고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부추기게 될 자립형 사립학교 계획은 즉각 철회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