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의 가을여행 일기 3-한수지

제 목
수지의 가을여행 일기 3-한수지
작성일
2000-10-31
작성자

이름 : 한수지 ( ) 날짜 : 2000-10-31 오후 11:47:20 조회 : 123

2000년 10월 19일 목요일 날씨:쌀쌀한 기색이 조금 수그러 들었다.

제목: 답사기행 셋째날! 동굴, 바다, 온천….

삼척 대이동 환선굴 근처의 숙소에서 아침 일찍 길을 나선 우리 가족은 미리 책자를 통해 굴까지 1.3km나 걸어야 한다는 것과 계단이 380개나 된다는 것을 알았던 터라 각오를 단단히 했다. 산책로를 따라 원형대로 복원한 너와집과 굴피집, 통방아를 보았다. 이른 아침의 쌀쌀한 날씨 탓에 옷을 단단히 입고 나왔지만 동굴로 올라가는 가파른 길이 계속되면서 점점 옷을 껴입은 것이 후회되었다. 동굴안은 정말 넓었다. 동양 최대의 규모를 자랑한다는 엄마의 설명대로 총 길이 6.2km중 1.6km만 개방했다고 했는데도 가도가도 끝이 없었다. 아빠는 종유석이 1cm 자라는데 얼마나 많은 세월이 필요한 지에 대해 설명해 주셨다. 우리가 태어났다 죽기를 몇 백번 하는 동안에도 이 종유석들은 바깥 세상의 일은 아는 지 모르는지 묵묵히 이 동굴 속을 지키고 있을 것이다. 동굴을 빠져 나와 다시 세상 속으로 걸어 나왔다.

죽서루에 도착하기 전에 엄마가 죽서루에 대해 설명해 주셨다. 관동팔경 중 유일하게 강을 끼고 있는 누대로 가장 크고 오래 되었다고 한다. 죽서루는 단풍이 든 가을날 오십천 맞은편에서 절벽위에 솟은 모습을 보아야 한다는 말을 들은 아빠는 죽서루 맞은 편까지 가보실 듯한 비장한 표정을 지으셨다.

우리의 차는 어느새 동해바다를 끼고 달리고 있었다. 애국가의 “동해물과 백두산이…”의 일출장면으로 유명한 추암의 촛대바위 위에서 한가롭게 바다를 바라보았다. 이틀동안 산과 단풍만 보다가 바다내음을 맡으니 기분이 새롭고 상쾌하였다. 나는 바다를 놀리며 파도놀이도 하였다. 바닷길을 따라 올라가니 정동진에 다다랐다. 추암은 남한산성에서 정동 쪽에 있다 했지만 정동진은 광화문 이정표에서 정동 쪽에 있다고 한다. 이 곳은 바닷가와 가장 가까운 역이 있는 곳으로 드라마 ‘모래시계’ 이후로 유명해져 모래시계공원과 밀레니엄 시계탑까지 등장했다. 공원 옆에는 초호화유람선 모양의 호텔을 만들고 있었다. 열심히 움직여서인지 배가 고팠다. 엄마는 강릉의 초당순두부집까지 좀 참으라고 했다. 엄마는 인터넷에서 다운받은 원조초당순두부집 쿠폰을 들고 그 집을 찾으셨다. 평소에 강릉에 오면 우리가 와서 먹던 집은 아니었다. 그런데 메뉴에 우리가 좋아하는 두부찌개가 없는 거였다. 순두부에 간장을 넣어 먹는 오리지날 순두부집이었다. 우리 가족은 원조집보다도 입맛에 맞는 원조아닌 두부찌개집이 훨씬 낫다는 의견의 일치를 순두부와 모두부를 다 먹은 후에 내리고 말았다.

지난해 가을 속초에서 열렸던 관광엑스포에 왔던 우리가족은 그 때 못 오셨던 아빠를 위해 참소리 박물관에 갔다. 벌써 몇 번째 오신 엄마와 오빠는 안 들어가고 아빠와 오붓하게 관람했다. 아빠는 트럼펫소리의 원리 등에 대해 설명해 주셨다. 우리 아빠는 음악에 대해 조예가 깊은 분으로 그 곳에서 설명해 주는 언니들조차 아빠 앞에서 제대로 설명을 못 해 쩔쩔매는 모습이 참 재미 있었다. 나는 아빠가 아닌 예술을 좋아하고 즐기는 아빠가 참 자랑스럽다.

경포해수욕장에서도 파도놀리기를 하였다. 파도가 다가오면 도망가고 파도가 밀려가면 따라가고 하는 것인데 이번에는 아빠와 오빠까지 동참하여 더욱 재미있었다. 이번에는 파도가 급히 오는 바람에 다들 신발과 양말 바지가 물에 젖고 말았다. 아빠까지 엄마한테 혼났다. 이른 저녁을 먹으러 물치항에 갔다. 우리는 싱싱한 광어와 오징어를 사서 맛있게 먹고는 우리의 숙소인 척산온천 휴양촌으로 갔다. 뜨거운 온천물에 고단한 몸을 녹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