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교육의 주체-유수현

제 목
인성교육의 주체-유수현
작성일
2001-03-26
작성자

이름 : 유수현 ( ) 날짜 : 2001-03-26 오후 4:37:58 조회 : 152

유수현(부천교육연대 자문위원, 숭실대 교수)

며칠 전 몇 분의 교수님들과 식사를 하며 우리 나라의 교육 현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우리의 입시 제도에 의해 낙오자가 되었던 아이가 미국으로 건너가 대학교수가 된 이야기와, 학위를 마치고 귀국한 이후 어린 자녀들이 우리 나라의 교육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낙오자가 된 경우, 그리고 엄청난 교육비가 들어가는 사교육의 폐해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벼랑에선 우리 나라의 교육 현실에 대해 개탄하는 자리가 되었다.

신세대 아이들은 버릇이 없고, 저 밖에 모르며, 못 말리는 행동을 서슴없이 한다는 말에서 시작하여 공중 도덕과 질서 의식, 그리고 준법 정신의 결여에 대해 모두들 동감했다. 그리고 이러한 사고와 행동 양식을 가진 저들이 우리 사회의 지도층이 된다면 우리 사회의 미래는 암담하리라는 이야기가 그날의 화제였다.

그러면 누가 우리의 교육 현실을 이렇게 만들어 놓았을까? 이 물음에는 모두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가정, 학교, 사회, 정부가 모두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현실을 보면, 부모가 자녀들에게 사회적 존재로서의 행동 양식을 엄격하게 가르치지 못했고, 자녀들도 부모의 가르침에 순종하지 않았으며 그런 자녀들을 우리 사회가 방관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예부터 존경의 대상이었던 교사들의 위상은 이제 경제적 잣대로 가름하여 지식을 파는 직업인 정도로 치부하는 사회적 분위기로 인하여 심하게 손상되었고, 어쩌다 의욕적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려면 삿대질하며 따지는 일부 학부형들의 행태와 더 나아가 경찰에 고발하는 제자들로 인해 교사들의 의욕이 저하된 지 오래되었다.

게다가 교원 단체는 정치적 이해 관계로 분절되어 이익 집단화되었으며, 교권의 수호와 교사들의 위상 제고를 위한 본래의 사명에 노력을 게을리하였다. 정부 당국도 오늘의 교육을 흐트러뜨리는 데 일조하였다고 본다. ‘백년지대계’를 늘 말하면서도 교육부 장관의 잦은 교체와 권위를 상실한 정부가 내세우는 교육 청사진을 이제 더 이상 믿기 어렵게 되었으니 말이다. 여기에 사회 전반적으로 입시 준비를 시키는 지식 교육이 아니면 취업을 위한 기능 위주의 교육을 바라고 지향하는 듯한 분위기가 오늘의 일그러진 교육을 탄생시키는데 기여했다.

그러나 교육은 지식이나 기능을 전수하는 것만이 아니다. 인간을 만드는 것이 교육이다. 자율적인 인간, 남과 어우러져 살 수 있는 인간, 그리고 자신의 개성이나 창의성을 계발시켜 나아갈 수 있는 인간을 만들어내는 것이 참다운 교육이 아닌가. 이러한 참교육의 실현을 위해 교육공동체로서의 부천교육연대가 다음과 같은 운동을 꾸준히 벌여나가기를 제안한다.

첫째, 자율적인 인간을 만들어내는 교육 풍토를 가꾸는 일에 선도적인 역할을 담당해 주기를 바란다. 고등학교를 졸업해도 스스로 자기 인생을 개척해 나가지 못하는 나약한 젊은이들을 보면 우리의 교육이 불완전했음을 알 수 있다. 자신과 환경을 조화시켜 나갈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고 의존적인 모습에서 탈피하여 자립할 수 있도록 교육의 내용과 방법을 입시 위주에서 인성 발달 위주로 바꾸어 나가자는 운동을 조직적으로 전개하기를 바란다.

둘째, 공동체의 삶을 가치 있게 여기는 인성 교육의 주체가 되어 우리 사회를 선도해 나가기 바란다. 나만의 편리와 편안함을 추구하기보다는 다소 불편하더라도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남과 어우러져 사는 것을 의무와 사명으로 알고 생활 속에 실천해 나가는 사람을 만들어 내는 교육이 되도록 변화의 주체가 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개성과 창의성을 계발시켜 나갈 수 있는 교육 풍토의 조성을 위해 앞장서 나가기를 바란다. 각자의 다양한 소질을 존중하고 그에 적합한 교육을 시켜 나가며, 창의적인 소질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대접받는 사회의 풍토를 일구어 내는 일에 앞장 서 나가는 우리 부천 교육연대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