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판도 <조선>이 가꾸고 있었네 -김영진

제 목
영화판도 <조선>이 가꾸고 있었네 -김영진
작성일
2001-12-13
작성자

이름 : 김영진 ( seulk@chollian.net) 날짜 : 2001-12-13 오전 11:38:59 조회 : 174

영화판도 <조선>이 가꾸고 있었네

<청룡영화상>을 <스포츠 조선>이 주최하고 <조선일보>가 후원하는 상인 줄 몰랐습니다. 아래 덧붙인 기사를 보고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렇게 무식하게 살았습니다.

<조선>, 참 대단한 놈들입니다. <동인문학상>으로 문학인들만 제 앞에 줄세우려 하는 줄 알았는데, 영화판까지 이미 오래 전부터 휘어잡고 있었네요. 이 놈의 <조선일보>를 생각하면 도대체 “신문”이 무엇인지 가늠할 수가 없습니다. <조선일보>는 분명히 신문이 아닙니다. <조선>은 대한민국 후미진 산골짜기까지 제 맘대로 주무르는 “권력”입니다.

자기에게 상을 주고 돈을 주는 사람에게 등을 돌리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 ‘힘’ 앞에서 옳고 그름을 말하는 일은 더더욱 쉬운 일이 아니지요. 견리사의(見利思義)… 말이 쉽죠. 우리가 세상 살아봐서 잘 알잖아요. ‘사의(思義)’가 귀찮고 따분할 때가 얼마나 많습니까? ‘견리사의’라는 말에는 ‘사의’만 해도 잘 하는 것이라는 속뜻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행의(行義)’는 아무나 못 한다는… 머리로는 ‘의’를 생각할지 몰라도 어디 몸이 그리 쉽게 따라줍니까? ‘힘’에게 밉보이면 불편함과 가난함을 감수해야 하는데 아무나 ‘힘’에게 등 보이겠어요?

둥글게 둥글게 살지 못 하는 ‘답답한’ 사람들을 볼 수 있어 세상을 사는 일이 그래도 즐겁습니다. 영화평론가 박평식. 이 이름을 ‘우리가’ 기억해 주어야 합니다. ‘무대’를 버린 그 멋진 영화평론가를 만난 오늘, 꽤나 세상이 맑아 보입니다. 명계남, 권해효, 문성근과 함께 우리 꼭 박평식이라는 이름을 기억해 둡시다. 우리가 그의 이름을 기억해 주는 일이 그에게 가장 큰 상이 되지 않겠습니까?

아래 기사를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군산영광여고 김영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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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조선>이 주는 상을 거부했더니
박평식 씨, 청룡영화상 ‘영화평론상’ 수상 거부

22회째를 맞이하는 청룡영화상 로고. 한 영화평론가의 수상 거부가 문화예술계의 ‘안티조선’ 논쟁에 다시 불을 붙이고 있다.
한 중견 영화평론가가 지난 10일 조선일보가 후원하는 제22회 청룡영화상 영화평론상 수상을 거부해 파문을 일으켰다. 조선일보와 관련된 상을 문화예술인이 공개적으로 뿌리친 것은 작년과 올해 소설가 황석영 씨와 공선옥 씨가 각각 “동인문학상 후보에 오른 것을 거부한다”고 표명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영화 ‘초록물고기’로 이미 청룡영화상을 수상했던 영화제작자 겸 배우 명계남 씨도 12일 “청룡영화상을 거부하자”고 촉구, 청룡영화상이 다시 한번 문화예술계에 ‘안티조선 논쟁’을 촉발시키고 있다.

영화평론가 박평식(51) 씨는 12일 오전 오마이뉴스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난 10일 청룡영화상 사무국으로부터 ‘영화평론상 수상자로 결정됐으니 11일 오후2시 조선일보사 2층 시상식에 참석해달라’는 통지를 받았다. 그러나 곧바로 수상 거부의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씨는 시상식 참석 대신 ‘<정영일 영화평론상>을 거부하며’라는 제목의 편지를 사무국에 보내 “상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씨는 편지에서 “<정영일 영화평론상>은 대선배의 업적을 기리는 명예로운 상이지만, 2001년 한국에서 이 상을 받는다는 사실이 결코 기쁨만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며 “문제는 청룡영화상을 주최하는 스포츠조선과 후원사인 조선일보다. 많은 사람들이 공개적으로 천명하는 것처럼, 조선일보는 이미 신문의 역할과 힘을 넘어서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박씨는 계속해서 “그들이 쌓아올린 오만과 자신을 반대하는 상대방에 대한 악의적인 증오는 우리나라에 무수한 비극을 양산하고 있고, 그것은 영화에서도 마찬가지다. 얼마전 벌어졌던 <애기섬>을 둘러싼 문제는 조선일보의 본질을 여실히 드러낸다고 본다”고 밝혔다.

<애기섬>은 1948년 여순사건 당시 한 민초의 가정이 파괴되어 가는 과정을 통해 민족화합의 메시지를 강조한 다큐멘터리식 극영화로, <조선일보>의 자매지 <월간조선>은 10월호에 ‘국군 지휘부의 자해행위’라는 제목을 뽑고 22쪽 분량의 기사를 통해 “여수 14연대 반란 진압을 양민학살로 몰고간 영화 <애기섬> 제작에 군 장비가 지원됐다”며 국방부를 비판한 바 있다. <월간조선>의 보도에 대해 영화 제작을 맡은 장현필 감독은 “월간조선 기자가 영화를 보지도 않은 채 전체 83분 중 몇 분 분량의 시나리오만을 보고 영화를 마음대로 해석해버렸다”고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스포츠조선>측은 ‘박씨의 수상 거부’에 대해 “(박씨가) 수상자로 확정된 게 아니었다”고 반론을 펴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포츠조선>측은 <연합뉴스> 보도를 통해 “박씨 외 몇 명을 후보에 올렸던 것은 사실이나 수상자가 공식 확정됐던 것은 아니었다”며 “실무진의 착오로 통보가 됐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스포츠조선>의 해명에 대해 박씨는 “이럴 줄 알았다. 놀려거든 제대로 놀아라. 사무국 여직원이 내게 ‘영화평론상 수상자로 결정되었다’고 10일 오전 10시와 2시 두 차례나 전화했다. ’11일 오후 2시 조선일보사 2층에서 평론상 시상을 한다’고 친절하게 위치까지 알려주며 참석을 당부했다. 당시 전화는 녹음까지 되어 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박씨는 “사실 시상식 10분 전에 거부 의사를 밝히려다가 너무 잔인한 것 같아 두 번째 전화를 받은 지 3시간만에 ‘수상 거부’ 편지를 사무국으로 보냈다”며 “실무진의 착오라고 발뺌을 하다니? 아서라 말아라. 왜 그리 떳떳하지 못하고 조잡한 꼼수를 부리는가. 누구보다 심사위원들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설령 그들이 모여 입을 맞췄다해도 양심이야 속일 수 있겠는가. 싫다는 걸 싫다고 해도 바보로 몰리는 세상인가. 사람들이 왜 ‘좃선’으로 부르는가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영화상 후원사인 조선일보에 직격탄을 날렸다.

‘실무진 착오’ 해명에 “전화 내용 녹음되어 있다” 응수

조선일보반대시민연대(www.antichosun.or.kr)는 12일 ‘수상 거부 환영 논평’을 내고 “시상을 불과 하루 이틀 남겨놓고 수상자를 결정하지 못했다는 <스포츠조선>의 주장은 납득할 수 없다”며 “이는 <조선일보>식 허위왜곡보도의 전형적인 수법”이라고 거들었다.

97년 ‘초록물고기’로 청룡영화상 작품상을 받은 바 있는 명계남(이스트 필름 대표) 씨도 12일 ‘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nosamo.org)’ 자유게시판에 ‘청룡영화상을 바로봅시다’라는 글을 통해 ‘영화인들의 수상 거부’를 촉구했다.

명씨는 “영화상이란 것이 주최측과 상관없이 영화인의 축제여야 하고, 관객의 이름으로 주어지는 상으로 보는 것이 마땅할 것이라는 견해에 동의한다”면서 “청룡영화상은 외견상 스포츠조선이 주최하고 있지만 이 회사가 조선일보의 자회사인 이상 사실상 조선일보가 주는 상이라고 봐야 한다. 청룡영화상은 동인문학상만큼이나 조선의 의도가 반영되어 있는 행사이고, 문학보다도 몇 배의 대중적인 영향력을 가진 영화이기 때문에 ‘청룡영화상’을 통한 조선의 ‘영화인 길들이기’를 더 더욱 좌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명씨는 작년 청룡영화상 작품상을 받은 것과 관련, <월간조선>이 그해 11월호에 “순진한 휴머니즘으로 분계선을 넘으면 인생이 박살난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다”라는 말을 타이틀로 달아 박찬욱 감독의 본의를 왜곡시킨 사례를 들어 “분단의 비극 속에 고통을 준 주체에는 조선일보도 포함되어 있다”고 힐난했다.

명씨는 “멀리 일제치하에서의 반민족행위부터 군사독재 시절 ‘정권의 시녀’ 행위, 수구기득권세력의 대변인, 탈세 등을 저지른 신문이 ‘생색’을 내기 위해 마련한 영화제에 참석하고 수상을 한다는 것은 영화인의 자존심에 흠집만 남을 것”이라며 “제작비의 절반이 마케팅에 쓰일 정도로 언론홍보의 비중이 커진 영화계가 특정언론을 반대하고 나서기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우리 영화인들의 양심과 자부심에 호소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논란 속에도 청룡영화상 시상식은 12일 오후 7시 30분 국립국장 해오름극장에서 예정대로 열릴 것으로 보인다. 동 시상식은 7시40분부터 KBS2-TV로도 전국에 생방송된다.

<다음은 박평식 씨가 영화제 사무국에 보낸 글 전문>

정영일 영화평론상을 거부하며

스포츠조선에서 주최하고, 조선일보가 후원하는 제22회 청룡영화상의 정영일 영화평론상 수상자로 내가 결정되었다는 소식을 관계자로부터 전달받았다. 12일이 청룡영화상 시상식으로, 영화평론상은 11일에 수상한다는 것이다.

정영일 영화평론상은 대선배의 업적을 기리는 명예로운 상이지만, 2001년 대한국에서 이 상을 받는다는 사실이 결코 기쁨만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문제는 청룡영화상을 주최하는 스포츠조선과 후원사인 조선일보다. 조선일보는 이미 이 땅에 하나의 거대한 권력으로 군림하며, 평등과 정의의 실현을 가로막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공개적으로 천명하는 것처럼, 조선일보는 이미 신문의 역할과 힘을 넘어서 있다. 그들이 쌓아올린 오만과 자신을 반대하는 상대방에 대한 악의적인 증오는 우리나라에 무수한 비극을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영화에서도 마찬가지다. 얼마전 벌어졌던 < 애기섬 > 을 둘러싼 문제는 조선일보의 본질을 여실히 드러낸다고 본다. 우리나라에 평등과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기를 바라는 소박한 심정으로, 나에게 주어진 정영일 영화평론상의 수상을 거부한다. 나의 행동이 오만한 영웅주의로 비추어지길 원하지 않으며, 글을 쓰고 비평하는 사람으로서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가길 원하는 작은 소망으로 받아들여지길 바란다.

2001. 12. 10. 박평식

손병관 기자 redguard@ohmynews.com
2001/12/12 오후 2: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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