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세화씨 강연을 다녀와서… -김우환

제 목
홍세화씨 강연을 다녀와서… -김우환
작성일
2002-01-30
작성자

이름 : 김우환 ( ) 날짜 : 2002-01-30 오후 7:15:53 조회 : 175

김우환(교사, 하이텔 아이디 : 두둥실)

수학 사랑에서 수학 축제를 한다고 해서 인터넷을 통해 무슨 내용을 하나 검색해 보았다. 역시 ICT가 강세다. 요즘은 내용은 상관없고 무조건 인터넷이나 컴으로 포장을 잘 하는 것이 대세인 것 같다. 그런데 마지막 날 보니 홍세화씨 강연회가 있었다. 다소 의아했지만, 제목을 보니 상당히 관심이 갔다. 교사들과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바람이었다.

저번 전교조 신문에 홍세화씨가 한 말 중에 프랑스에서의 수학의 중요성에 대하여 이야기한 것도 있고 해서 가보아야 겠다고 결심을 했다. 우리집인 아차산 역에서 인하대까지는 참 멀다. 서울의 동쪽 끝에서 주안역까지 가서 마을 버스를 타야하니… 3시 정도에 출발하니 5시 조금 못되어 도착했다. 건물 앞에 보니 낯잊은 얼굴이 보였다. 바로 홍세화 씨였다. 웃으며 인사하고 강의실에 앞자리에 차지하려고 들어가 보니 다른 강연이 끝나가고 있었다.

자리잡고 앉으니 바로 강연이 홍세화씨가 들어오고 강연이 시작되었다. 상당히 쑥스러워 하시면서 전날 공항에 도착하셨다고 한다. 시차 때문인지 몸이 풀리지 않은 것 같았다. 1시간 강의는 주로 프랑스 지식인 사회와 교육 제도에 관해 이야기하고, 요지는 대강 이렇다.

첫째, 프랑스의 무료 공교육 제도. 프랑스에서는 교육이 끌어올리기이지만, 한국에서는 추려내기이다. (그 안에 들기 위하여는 반칙인 사교육이 공교육에 몇 배의 비용이 들어간다.) 사교육에 어떠한 대책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둘째, 교사의 사회.경제적 지위
셋째, 평준화된 대학. 프랑스에서는 파리 제1대학, 제2대학 … 이런식으로 평준화되어 있다.

넷째, 수학을 중시하는 교육. 나폴레옹시대부터 수학이 중시되었다. 2%의 엘리트들이 들어가는 종합기술학교나 기타 고등사범도 수학 못하면 들어가지 못한다. 왜냐하면 수학이라는 학문이 가정의 환경과 가장 무관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라틴어나 프랑스어 기타 사회 교과는 가정의 교육 분위기에 따라 많은 성적 차이를 보인다. 그러나 수학은 이런 가정의 배경과 가장 무관한 개인의 소양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즉 교육을 통하여 사회적 계급을 순환시켜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고, 수학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렇게 사회적 계급이 순환되어야 건전해진다. 또한 노블리스 오블리제는 사회적으로 상층 계급에 있으면 당연한 의무인 것이다.

그리고 프랑스에서의 교육제도의 특징을 몇 가지 추려보면,
첫째, 중학교까지는 국어교육이 가장 중요하다. (지금 우리 학생의 언어습관은…)
둘째, 고등학교에서는 수학이 가장 중요하다.
셋째, 대략 20%가 유급하고, 학생의 30%가 유급 경험자이다. 유급의 권한은 전적으로 교사의 권한이고 이에 대하여 대체로 순응한다.

넷째, 고등학교 2학년에 프랑스에 우리식 수능시험을 치고 3학년에 그 시간 동안 철학을 공부한다. 그리고 프랑스에서의 철학 시험 여러 개를 불러 주었습니다. 이를 테면, 모든 권력은 폭력을 동반하는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정확한 답변이 가능한가? 대략 8가지를 불러주었는데 잘 기억이 나지 않네요.

그리고 홍세화님의 자녀분의 성적표를 보여주며 대화를 하셨는데, 인상 깊었던 것은 성적표가 우리처럼 전산화가 되어있지 않다는 것, 즉 객관식이 아니라 주관식 서술형이었다. 선생님이 일일이 평소 수업 태도나 성취 정도를 교과별로 적는 것이지 수우미양가가 아니라는 것이다. 석차도 물론 없고…

이상 어느 정도 나의 주관이 개입되어 정리를 하였다. 글을 적으면서 어느 정도 사대주의적인 색채가 보인다. 우리 나라처럼 과도기(말이 과도기지 일부 교육 과정을 움켜쥔 자들의 장난)에 일관성 없는 교육 제도를 보다가 프랑스의 평등성과 기회 균등이라는 사회적 합의에 의한 일관성 있는 교육 제도를 보니까 부러움이 앞섰다.

교사는 불쌍하다. 교사는 하수인이고 얼굴 마담이다. 무슨 말인고 하니 실제 권한은 없으면서 사회적으로 교육에 관하여 문제와 이슈에 관하여는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 교육 제도와 정책, 교육 과정을 주무르는 작자들은 아무 사회적인 책임을지지 않고 기지촌 지식인으로 외국 쓰레기통만 뒤지다가 그럴 듯한 것 발견하면 곧장 우리 학교는 실험용 마루타로 변하곤 만다. 그럼에도 우리 교사들은 학생과 교사 죽이는 교육과정의 교과서나 자습서, 참고서를 쓰면서 돈벌 생각만 하고 있다. 수학교사 단체도 교육청의 하청 업체와 같은 일들을 하고 있다.
– 하이텔 교사 동호회 “페다고지”에서 뽑았음